[아침을 열면서] 지방자치법이 바뀌어야 내 삶이 바뀐다

송한준
송한준

요즘 국회 상황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파행 속에 잠자고 있는 법안 때문이다. 그중에는 거의 30년 만에 대폭 바뀌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있다. 지방자치 현장은 변화무쌍하다. 주민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주권의식도 매우 높아졌다. 제자리걸음인 지방자치법으로는 이러한 시대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지방자치법이 오히려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3월 정부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내놓은 것은 가뭄 끝에 만난 단비였다. 처음으로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역량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주민자치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주민참여제도를 현실적으로 확대했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치권을 보장했다.

이러한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됐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칫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수십, 수백 가지다. 그중에서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을 두 가지만 꼽아본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와 의회 인사권 독립이 그것이다.

그동안 언론을 비롯해 많은 분이 지방의회가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보좌관’으로 쓰고 읽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요구는 손발의 역할만이 아니다. 함께 정책을 만들고,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례도 만들며,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논의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렇게 절실한 이유를 경험으로 설명해 본다. 나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해양연구원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경험을 살려서 평택에서 임진강까지의 연안을 보존하기 위한 조례를 발의했다. 그때 142㎞에 이르는 연안을 혼자 찾아다니면서 고민하고 생각했다. 산적한 지역민원도 뒤로 하고 낯선 현장을 혼자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럴 때 나와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며 정책을 심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정책은 법에 근거한다. 좋은 조례가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고, 도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던가. 고군분투해야 하는 지방의원에게 최소한의 의정 활동 지원은 정책지원 전문인력이다.

다음으로 의회 인사권 독립이다. 의회 직원들의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불가능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공무원 입장에서 집행부는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친정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인데, 집행부의 정보력은 늘 우위에 있었다. 인사권 독립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의원을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도민의 대의기관이자 도민을 대변하는 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체감 비결이 ‘자치와 분권’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가 성인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늦었지만 지방의 자율과 창의에 맡겨야 한다. 이번 법률안 개정은 두 번 다시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에 지방자치법이 새 옷을 입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의회 829명 광역의원이 간절하게 염원한다. 국회가 하루빨리 의사 일정에 전념해 우리 지방의 꿈을 이뤄줬으면 좋겠다. 국회가 추구하는 국민 존중은 멀리 있지 않다. 1천350만 도민의 대의기관인 경기도의회, 의회를 존중하는 것이 곧 국민존중이다.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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