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했지만, 한편에서는 기계를 파괴했다. 19세기 초반 일어난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의 배경에는 실업이라는 현실과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이 내재해 있었다. 그렇지만 기계의 등장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고 산업은 대형화됐다. 대도시가 형성되었고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은 바다를 건너 아시아와 신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초기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는 인간의 순수한 육체적 능력을 대신했지만, 영국의 수공업 노동자들이 걱정했듯이 대량의 실업 사태가 지속하지는 않았다. 또한, 인간의 놀라운 인지력은 기계를 혁신했고 인간은 이전 시대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새롭게 펼쳐지는 4차 혁명시대, 인공지능(A.I)시대는 어떨까? 극단론자들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새로운 기계를 디자인하고,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고, 인간은 단지 프로토콜에 따라 인공지능을 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그런 세계를 그리며 막연한 적개심을 보인다. 하지만, 이상주의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다시 한번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장시간의 고된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시대가 오든 인공지능과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고 운영할 고도화된 능력을 갖춘 전문가는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반도체와 같은 핵심부품을 설계하고 만들어낼 전문가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민관합동으로 2030년까지 1만 7천 명의 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는 인텔, 퀄컴 등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전문 기술과 우수 인력의 확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술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 그리고 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한 학계의 노력이 있어야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단시간에 세계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적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세부계획을 자세히 수립해야 한다.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분포, 기업의 경영활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경제통계 통합조사를 하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기업활동조사 등 9종의 경제통계를 통합해서 조사한다. 국가 경제의 글로벌 도약을 꿈꾸며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를 희망한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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