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두 손을 책상 밑에 넣고 가끔 아래를 내려다보며 강의에 집중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메신저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자를 주고받고 있던 것이다. 야단치는 것에 앞서 되려 신기하고 놀라웠다. 학생은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보통 컴퓨터의 키보드는 F와 J의 버튼 위에 손가락에 걸림을 느낄 수 있도록 돌출이 되어 있어 보지 않고도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 액정을 보지 않고 글자를 입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울고 갈 정도이다.
수업이 끝난 후 나도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고 글자를 입력해 보았다. 잘 안 된다. 스마트폰 자판을 자세히 보니 손의 위치를 잘 잡고 연습을 많이 하면 어느 정도 될 것 같았다. 그것은 자판의 구조 때문이다. 맨 위의 자판 세 개는 모음을 치게 되어 있고, 나머지 일곱 개는 자음을 치게 되어 있다. 스마트폰 한글자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천지인 방식은 모음을 최대한 적게 입력하려고 만든 것으로 모음 버튼이 세 개로 정해져 있다. 세 개의 버튼으로 20개가 넘는 모음을 모두 입력할 수 있다. 둘째, 나랏글 방식은 자음 입력을 최대한 적게 한다. 자음을 만들 때 획을 더하는 원리를 이용해 가획 버튼을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한글Ⅱ 방식은 천지인 방식과 나랏글 방식의 혼합형으로 자음은 왼손으로 모음은 오른손으로 치게 되어 있다. 물론 3×4 자판을 만든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구조가 비슷하고 모두 글쓰기가 편리하다.
다른 나라의 문자는 한글처럼 작은 자판으로 글을 적어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중국어는 한자 발음을 영어 알파벳으로 입력한 후 한자로 바꾼다. 일본어도 중국어와 비슷한 방식이다. 영어는 일반전화기 키패드에서 보듯이 버튼 하나에 서너 개씩 알파벳이 배정되어 자음과 모음 구분없이 단어를 만들기에 버튼을 많이 눌러야 한다.
한글자판은 한글을 창제한 원리를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매우 과학적이고 글자를 빨리 입력할 수 있다. 다이얼 키패드 12개 자판에 20개가 넘는 자모를 사용할 수 있어 1만1천172개의 문자를 만들 수 있다. 한글 창제 원리에 디지털 기기의 입력방식이 효과적으로 실현돼 정보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한글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세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새삼 우리글, 한글의 우수성에 자부심이 느껴지며 세종대왕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또 이를 정보통신 기기에 잘 적용한 IT 관련 기술자들도 매우 훌륭하다. 며칠 있으면 대학 기말고사 기간이다. 책상 아래에서 기발한 타자 신공을 발휘하던 우리 학생도 시험을 잘 치르길 바라며 대한민국의 훌륭한 일꾼이 되길 빈다.
최인호 김포대학교 정보통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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