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열병합발전소 정전… 반월공단 230개 업체 ‘스톱’

11시간 가량 증기 공급 중단… 직원들 손놓고 대기
섬유·자동차부품 업체 등 생산 차질, 납품 피해 우려
GS E&R “오후 8시께 정상화… 송전선로 손상 추정”

안산 반월공단 입주업체에 증기를 공급하는 GS E&R 반월열병합발전소에서 2일 오전 원인 모를 정전사고가 발생해 약 11시간 동안 증기공급이 중단되자, 공단 입주업체 230여 곳의 생산작업이 완전히 중단되거나 큰 차질이 빚어졌다. 사진은 이날 생산라인이 완전히 멈춰선 한 염색공장. 김시범기자
안산 반월공단 입주업체에 증기를 공급하는 GS E&R 반월열병합발전소에서 2일 오전 원인 모를 정전사고가 발생해 약 11시간 동안 증기공급이 중단되자, 공단 입주업체 230여 곳의 생산작업이 완전히 중단되거나 큰 차질이 빚어졌다. 사진은 이날 생산라인이 완전히 멈춰선 한 염색공장. 김시범기자

# 안산 반월공단의 한 염색공장. 이 안에 놓인 24개 염색가공기는 단 하나도 가동되지 않아 온종일 고요한 상태를 유지했다. 공장 곳곳에는 색이 입혀지지 않은 흰색 천이 가득 쌓여 있었고, 주간 근무를 위해 오전 8시에 출근했던 30여 명의 근로자는 교대 시간인 낮 12시가 되자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염색된 섬유들은 포천, 의정부 등 경기도 지역은 물론 베트남 등 해외로 향했다. 그러나 이날 갑작스런 ‘업무 중단’에 34t가량의 섬유가 공장에 머물러야만 했다.

오후 출근에 나선 한 근로자는 “공장 기계가 전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직원들이 꼼짝없이 대기만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어 그는 “염색가공기를 돌리려면 스팀(증기)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를 공급해주는 발전소에 문제가 생겼다”며 “수십 년 근무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안산 반월공단 입주업체에 증기를 공급하는 GS E&R 반월열병합발전소(이하 GS E&R)에서 원인 모를 정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11시간가량 증기 공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공단 입주업체 230여 곳은 에너지원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해 생산 작업에 차질을 빚음은 물론, 납품 과정 등 2차 피해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2일 안산시와 GS E&R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1분께 GS E&R의 보일러 등 설비에 전기가 끊기면서 증기 생산이 중단됐다. 이에 GS E&R로부터 증기를 공급받던 섬유ㆍ자동차 부품ㆍ제지ㆍ식품 업체 등 230여 곳이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자가 발전기가 있는 업체들은 임시방편을 취할 수 있었으나, 상당수 업체가 자가 발전기를 두지 않아 모든 가동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발전소 고장으로 생산라인이 멈춰선 염색공장. 김시범기자
발전소 고장으로 생산라인이 멈춰선 염색공장. 김시범기자

정전 피해로 작업을 멈춘 한 자동차 부품 업체 측은 “제조ㆍ생산 작업 시 스팀 공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GS E&R로부터 스팀이 들어오질 않고 있어 제동이 걸렸다”며 “자가 발전기도 없어 정전으로 인한 작업 중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막심하다. 심지어 물품 재고도 얼마 없어 납품일과 납품량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GS E&R는 10시간이 넘도록 정확한 정전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GS E&R에서 신안산대학교 방향 변전소로 이어지는 4㎞ 구간에 놓인 5개의 접속함 중 1개의 접속함에서 오류가 있음을 확인했을 뿐, 어떤 오류가 왜 발생해 정전이 났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오후 6시를 넘겨서야 ‘지하에 매설된 전력 송수선 케이블 손상’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GS E&R 관계자는 “송전선로 일부 구간이 손상돼 시설 보호 시스템이 작동했고, 그로 인해 증기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본다”며 “오후 8시 전후로 증기 공급을 정상화하고, 입주업체들의 피해에 대해선 성심껏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재원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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