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수출기업의 희망 아세안, 시장진출 방안을 생각하다

요즘 아세안이 화두다. 생산거점으로 압도적이던 중국이 베트남의 추격을 받고 있고,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시행에 따른 경영악화를 우려해 동남아로 이전하려는 기업과 어려운 수출환경 탓에 신시장을 찾아 아세안행 발길을 재촉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정부도 아세안 진출을 권장한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한-아세안 미래공동체구현이라는 비전하에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큰 틀의 외교정책이다. 무역투자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구축, 신남방지역 인프라개발에 참여, 중소·중견기업의 시장진출 및 상호 교류지원 등 경제분야 협력을 도모해 현재 1천600억 달러 상담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2천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홍보와 노력에도 현장에서 기업들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거의 매주 아세안으로 모여들지만 신수요의 발굴은 쉽지 않다. 공급자로서 우리 기업들만 넘쳐나는 상황이다. 연간 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세안시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략할 것인가. 실천 방안들을 인프라프로젝트, 일반제품 및 소비재로 좁혀서 생각해 보자.

우선 인프라프로젝트 참여를 위해선 현지에 프로젝트지원 테스크포스 조직이 필요하다. 아세안 국가들은 도로, 철도, 에너지, 항만 등의 대형 국책사업과 각종 스마트 기술이 도입된 도시 인프라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 강점이 있는 분야다. 문제는 이런 프로젝트는 대부분 입찰방식으로 조건이나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지원현장에서 필자는 기업들이 스스로 해보려다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서 “아세안은 안 되는구나” 하는 절망감을 드러낼 때 안타까움을 느껴 왔었다. 우리 기업들은 인프라프로젝트 참여 성공시 파급 효과가 막대하지만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수주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공공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둘째, 일반 제조품의 아세안 시장진출활성화를 위해 마케팅지원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아세안은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산업별 커뮤니티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시장의 수요와 기업정보 파악이 어렵다. 또 국가별로 시장 규모가 작아 전시회 등의 마켓플레이스가 미흡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신뢰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업체의 경험과 네트워크에 의존하거나 독자적으로 진출을 시도해 보지만 투입대비 산출이 적거나 없다.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사후 소통의 애로로 거래를 지속하거나 확대하는데 어려워한다. 마케팅인프라 확보로 정보의 축적 및 검증을 통한 양질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경기도가 아세안의 현실을 미리 알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경기비즈니스센터(GBC)를 설립해 중소기업들의 시장진출활동을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셋째, 소비재의 경우 한국상품 전용쇼핑몰을 구축해야 한다. 소비재의 진출은 현지국에 한국영토를 구축하는 것이다. 상품을 판다는 생각보다는 한국문화를 판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쇼핑몰 같은 플랫폼을 만들면 제품 하나하나, 기업 한 곳 한 곳 진출이 아니라 플랫폼에 편성되어 많은 제품과 기업들을 진출시킬 수 있다. 소비재뿐만 아니라 각종 프랜차이즈 및 서비스 분야도 들어와야 한다. 한국의 상품, 문화,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하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초기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인구 6억 4천 명, 경제규모 세계 7위의 아세안이 점점 힘을 붙이며 세계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대규모 차관이나 인프라투자 같은 진출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지만, 이곳에 뿌리내린 한류가 있다. 한류를 등에 업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아세안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부상하는 아세안은 수출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통합 아세안시장 공략에 경기이니셔티브가 기대되는 때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통상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