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을 재검토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 첨단소재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보도했다. 올 7월1일 일본의 경제산업성(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관할하는 중앙부처)은 ‘대한민국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에 관해서’라는 발표를 했다. 동 발표에서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토대로 해 구축”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일한 간의 신뢰관계 손상”과 “대한민국과 관련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동 자료에서는 3개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일본이 말하는 한일신뢰 관계의 훼손은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이다. 다만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아직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일본은 8월 중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27개국)에서 제외할 것을 공언하고 있는데, 실현될 경우 3개 첨단 품목뿐만 아니라 공작기계, 첨단소재, 화학약품 등 군사전용이 가능한 폭넓은 소재(식품, 목재 제외)도 한국 수출에 대해 개별 허가가 필요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일본경제신문에서 ‘전 징용공을 둘러싼 대항조치의 응수를 자제해야’라는 사설(7월2일)을 발표하는 등 일본의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비판하는 기사가 적지 않다. 다만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7월 13~14일 실시)에 의하면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일본 국민의 56%가 ‘타당’하다는 응답을 했다.
과거 한일 관계에서 오랫동안 공격은 한국이고, 수비는 일본이었다. 그러나 2012년께부터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오히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이 빈번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서 아베 수상이 7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취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불만은 보다 구조적인 것이다. 과거 일본은 한국의 역사 등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지만, 이제 일본은 한국의 역사문제 등의 제기에 대해 ‘지나치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관련해 한국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일본관광 불매운동, 일본인 연예인 퇴출운동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지만,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일본의 반감을 가중시켜 한국의 피해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재화 중에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소비재의 비중은 5%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8%로, 일본의 수출의존도(13.1%)보다 월등히 높다. 만약 이번 한일 간의 무역마찰이 심화해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확산할 경우 보다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다.
한국 내에서는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존재한다. 다만 미국의 중재가 있다고 해도, 미국의 중재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그 이후 한국은 IMF 외환위기 시에 일본의 지원을 요청한 경위가 있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 아베 내각은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와도 비교적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대일 외교에서 감정적인 접근을 자제하고, 실리적으로 국익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행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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