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日 경제보복 역전승 발판은 ‘대중소기업 협력’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연일 화두다. 일본정부는 지난 4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수출을 규제했고, 최근에는 한국을 수출절차에서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으로 수출규제 품목을 늘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담이지만 불과 며칠 전 일본이 개최한 오사카 G20에서 일본이 선정한 주요 의제 중 ‘글로벌 무역분쟁’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일본의 태도는 대단히 모순적이다. 이에 우리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일본의 치졸함을 WTO 등 국제사회에 문제제기하는 동시에 철회요구 등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일본 무역수지는 1965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해 2010년에는 361.2억 달러라는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보았고, 지난 2018년에는 무려 240.8억 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62.0억 달러, 반도체가 45.2억 달러, 철강이 24.5억 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나 기계류와 철강, 장비 등이 주요품목이었는데, 이 품목에 대한 일본수입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수입품목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혹자는 한국의 무역관계에 대해 “중국에서 돈 벌어 일본에서 쓴다”는 표현까지 하더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품목은 대부분 반도체 등과 같은 한국 핵심 산업의 중간재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한국경제의 미래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발언한 데 이어 24일 대통령도 “이번이 우리에게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라 발언했으며, 많은 매체와 전문가 칼럼들도 대체적으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과거 한국이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 90% 이상을 국산화한 성과가 있고, 또 현재 삼성, SK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 대규모 R&D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덧붙여 그는 대기업의 R&D 인프라와 지식, 정보 등을 중소기업에 공유함으로써 중소기업의 혁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필자 역시 이번 사태에서 대기업이 선봉에 서서 중소기업계와 함께 목표와 가치를 공유한다면 전화위복을 넘어 역전승에도 이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한국의 역량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상승하였는데,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국내에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사장된 경우도 있단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할 능력에 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방식과 일본의 협력에 안주해 있었다는 점은 우리 경제가 반성하고 개선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다. 2001년 정부가 부품소재특별법을 만들고 자동차 등 부품소재 분야에서 국산화를 위해 각종 R&D 지원을 해왔음에도 그 성과가 다소 협소하고 모호했던 이유이기도 하겠다. 다시 말해 대중소기업이 협력하고,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사업화 가능성 높은 분야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등 기업계의 수요와 목소리를 수렴한 방식으로 지원한다면 핵심부품 독립은 물론이고 재정지출정부사업의 효과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저자인 이원복 교수는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로 표현했다. 과거 한국은 항상 ‘가까이’ 있는 일본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쫓기 위해 일본을 벤치마킹해 성장하며 일본의 많은 기술과 협력관계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먼 나라’ 일본에 이토록 의존하게 원인을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도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고 평가받는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대기업이 당장의 이익극대화만을 추구하지 않고, 미래의 가치와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협력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국민들도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대해 불매운동이라는 자발적인 방식으로 우리 경제와 우리 기업에 함성과 응원을 더해줄 것이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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