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한일 갈등, 이겨야 하는 싸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끝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했다. 신중한 대응을 하던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전략을 꺼내 들었다. 이로써 치열한 경제전쟁이 불가피해졌고, 합리적 대응이 아닌 현명한 반격이 절실해졌다.

일본의 백색국가 리스트를 살펴보면 모두 유럽과 미주, 남미 국가들이다. 일본의 이번 도발은 동양사회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는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타격하려는 의도며, 과거 군국주의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의 경제침략행위라 규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지면 대한민국은 국가의 주권을 상실하고 일본의 경제속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언론은 여전히 합리적 대응, 외교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파악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아베 정권과 한 패거리로 의심받을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우선 비정형적이고 불규칙한 대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부진 등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한국 산업의 급성장이 마뜩잖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시나리오와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준비했으며, 정형적이고 규칙적인 대응에 대한 맞대응은 이미 충분히 마련해뒀을 것이다.

둘째,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일 갈등은 우리에게 위기(crisis)임이 분명하다. 위기는 파국적 사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기업 위주의 독점경제 체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정경제로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청와대가 설치ㆍ운영하고 있는 TF(태스크포스) 및 상황반의 시야가 좀 더 넓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외교적 해법만을 주문하지 말아야 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상대와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데 나의 한쪽 팔만을 붙잡고 싸우지 말라는 자들이 있다면 그는 상대와 한 패거리가 분명하다. 국운을 건 싸움에 돌입했는데 계속 외교적 해법만을 주장하는 것도 적에게 성문(城門)을 열어주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넷째, 정치권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을 자제하고, 야당은 정부에 적극협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책을 노출할 수 있는 요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비공개로 좋은 아이디어를 정부에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섯째, 과거 군국주의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의 경제침략행위에 맞서 경제주권을 지키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구현하려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침략을 당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침략적 행태를 설명하고 공동방어시스템 구축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한일 간 군사력과 경제력의 힘의 우위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합리적 대응은 힘 있는 자들의 논리다. 그보다는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어쩌면 일본의 자신감 뒤에 100년 전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 제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승인했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것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말 복잡한 싸움이다. 길고도 오랜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한국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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