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주 ‘파산서원’ 옆 화물트럭 차고지 허용 논란

국가사적 지정 추진 우계서실 유허비서 20여m 거리
파주 유림들 “문화적 가치 높아… 훼손 우려” 반발
道 “매장 문화재 발굴시 공사 중단 등 조건부 승인”

우계 성혼 재단 등 관계자들이 파주 파산서원 권역 우계서실 유허비가 세워진 인근에 조성될 대규모 화물트럭 차고지(주차장)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김요섭기자
우계 성혼 재단 등 관계자들이 파주 파산서원 권역 우계서실 유허비가 세워진 인근에 조성될 대규모 화물트럭 차고지(주차장)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김요섭기자

경기도가 국가사적 지정을 위해 시굴조사가 한창인 파주시 ‘파산서원’ 권역내 우계서실 유허비가 세워진 곳에서 불과 20여m 거리에 대규모 화물트럭 차고지(주차장) 조성이 가능토록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파주지역 유림들은 조선 선조(1568) 때 파주지역에서 처음으로 창건된 파산서원의 권역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11일 문화재심사위원회를 열어 K씨가 신청한 파주 파평면 눌노리268의7 일대 논밭 3천527㎡에 대해 조건부 문화재 현상변경 승인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K씨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 문화재 자료 10호인 파산서원 주변 자신의 논밭에 화물차고지(주차장) 건립을 위해 파주시를 통해 문화재 현상변경 승인을 해 달라고 경기도에 신청했다가 두번이나 반려됐다.

도 관계자는 “문화재 심의위원들이 개별심의 대상인 파산서원 현장조사 결과, K씨가 파산서원 주변에 차폐수목 등을 설치하는 등 문화재에 영향이 없다고 봤다”면서 “특히 주차장 공사 시 매장 문화재가 발굴되면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파주시 등 관계 당국의 뜻에 따른다는 동의를 해 이번에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K씨는 파주시와 협의해 곧 대규모 주차장 조성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단법인 우계 성혼 재단 등 파주지역 유림들이 문화재 파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우계 성혼 재단 등 관계자들이 파주 파산서원 권역 우계서실 유허비가 세워진 인근에 조성될 대규모 화물트럭 차고지(주차장)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김요섭기자
우계 성혼 재단 등 관계자들이 파주 파산서원 권역 우계서실 유허비가 세워진 인근에 조성될 대규모 화물트럭 차고지(주차장)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김요섭기자

우계 성혼 재단 한 관계자는 “2015년부터 파주시와 서원 등이 합심해 파산서원을 국가사적으로의 등록을 추진 중”이라며 “우계 성혼 선생이 학생을 가르쳤던 강당이 있던 자리인 우계서실 유허비 앞에 대규모 화물차고지를 조성하면 문화재 파괴는 당연하고 국가사적 지정에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반발했다.

우계 성혼 선생에 관한 논문으로 파산서원의 역사성과 문화가치를 발굴했던 차문성 파주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장도 “우계서실의 유허비는 학문의 산실로 파산서원을 지탱해주는 문화적 가치가 높은 비”라면서 “유허비 주변에 유생을 위한 우물터와 집터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시굴조사가 시급한 만큼 주차장 조성은 심사숙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파산서원 종합정비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오는 10월까지인데 이 와중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가 났다”면서 “현재로선 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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