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효과적인 모기 퇴치 가능할까?

1994년에 재발생해 지금까지도 위세를 떨치는 말라리아는 북한에서 날아온 모기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모기는 제거해봐야 도로 어디선가 날아올 것이므로 모기 퇴치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모기의 활동범위는 의외로 좁다. 대개는 산란장소로부터 500m 이내이고, 집주변에 서식하는 모기는 90m 반경 안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경기도 이천에서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대비하면서 국내 최초로 모기 유충 구제를 시도하게 됐다. 한여름에 호수를 끼고 있는 설봉산 어귀에서 치러지는 행사 때문에 모기 걱정으로 고민이 많던 필자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모기 유충구제를 설봉호수에 적용하면 상당수의 모기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호수에 서식하고 있는 모기 유충을 제거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시로써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피라미 한 마리도 죽지 않는 친환경 모기 유충 구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호수에 약을 뿌리고 나니 정말로 피라미 한 마리도 죽지 않고 모기 유충만 사라졌다. 필자는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유충이 또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고 수시로 호숫가를 둘러봤는데 유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인근에는 모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듬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호수에서 유충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모기는 생활반경이 의외로 좁아서 실제로는 멀리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유충을 완전히 제거하고 성충에 대한 관리를 잘하면 같은 장소에는 모기가 쉽게 재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다.

또한, 모기는 서식처가 파괴되지 않으면 서식처를 잘 옮기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됐다.

아무튼, 설봉호수에는 그 이후 모기 유충이 재발생하지 않아서 모기 없는 호수로 유지되고 있으며, 호수 바로 위에 자리한 설봉공원 야외무대에서는 매년 여름 토요일 밤마다 열리는 별빛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그런데 음악과 흥겨움에 취해 “숲 속이고 물가인데 왜 모기가 안 물지?”라고 생각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필자는 20여 년 가까이 한곳에 근무하면서 모기의 생활사를 이용한 친환경 유충구제를 중심으로 보건소 방역소독에 방역특장차를 전격 도입하여 모기 퇴치에 성공한 현장경험이 있으며, 최근 이 경험을 수원시에 접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모기의 습성을 알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모기 퇴치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심평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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