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취약한 ‘성인문해교육’ 지원예산학습환경 개선 절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사회 균형발전의 초석이 된다. 지난 1월 교육부는 향후 5년간 약 19조 원이 수반되는 학교 생활환경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부총리는 공간혁신 우수 학교로 지정된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후 “학교가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교육부는 제도ㆍ정책과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 꿈나무인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러나 학습환경의 개선이 절실한 학습자가 우리의 아들, 딸들만 있을까? 교육 대상자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보자.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한글을 읽고 쓰는 등의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기초학습이 부족해 일상문제 해결이 어려운 인구가 전체 성인의 약 7.2%에 해당하는 31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중학교 학력 미만으로 학습능력이 부족한 성인까지 합하면 그 숫자가 517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0%에 육박하는 많은 인구가 금융, IT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신문기사를 원활히 이해하지 못하며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인터넷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읽고, 쓰고, 셈하기 등 기초적인 능력이 부족한 성인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문해교육’을 시작했고, 지난해까지 약 35만 명에게 한글 등 기초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한다. 정부 발표로만 보면 가정형편의 어려움 등으로 어릴 적 정규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고령자 및 교육 취약계층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책의 효율성과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성인 학습지원 정책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를 꼬집어보자. 현 ‘성인문해교육’ 지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받는 학습자에 비해 지원액이 너무 적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에서 2018년까지 약 19만 명의 성인이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을 통해 한글 등의 해득(解得) 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정부가 성인의 한글 독해 등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약 123억 원에 불과하다. 1인당 지원액으로 환산하면 연 6만 5천 원, 월 5천400원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서울시 중학생의 한 끼 급식비 5천311원보다 적은 성인 학습자의 월 교육 지원비로 학습의 효율성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이 아닐 수 없다. 취약한 ‘성인문해교육’ 지원예산으로 인해 야학을 포함한 대부분 학습기관은 교통이 불편하며 접근이 쉽지 않지만, 임대료가 싼 도심 외곽 낡은 건물 지하실에 자리하고 있다. 연간 천만 원에도 못 미치는 정부 지원금으로는 학습 자재를 구입하기도 빠듯해 지하철이 가까운 도심지 지상 건물 임차는 상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앞으로 19조 원을 추가로 집행한다고 한다. 이 금액이 아이들의 학교생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학습이 부족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등 311만 명의 성인 학습자를 위한 지원금에 비교하면 한편으로는 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8년 교육부의 예산은 68조 원이었으나 5만 1천 명의 성인 학습자에게 한글을 가르치고자 지원된 ‘성인문해교육’ 예산은 30억 원에 불과했다. 한글을 배워 남들처럼 평범히 신문을 읽고 사회생활을 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 일을 마친 늦은 시간에 고단한 몸을 추스르며 낡은 건물 지하로 책가방을 메고 들어오시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 그분들이 공부하시는 지하 방은 여전히 곰팡냄새가 가득하며 낡은 벽 먼지가 흩날리고 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전용 학습관 등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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