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운정을 경유역으로, 평양까지 GTX 연결하자

서울 강남은 왜 제일 땅값이 비싼 지역이 됐을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우선 지리경제학적 측면에 주목해보자. 1970년대 경제개발은 수도권과 동남권 산업단지를 잇는 경부고속도로 개통부터 시작됐다. 이후 경부선은 대한민국 경제활동의 주축으로 성장해 모든 에너지와 정보가 이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됐다. 생명체에 비유하자면 대동맥과 중추신경망이 지나가는 핵심적 위치에 자리 잡았기에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강북과 경기도 북부는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일산과 분당의 신도시가 지금은 차이가 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가. 고려시대 수도 개성은 작은 도시로 위축됐고, 항만도시 해주는 군사력 집중 외에는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분단 이후 접경지역은 피가 통하지 않는 단절된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평양의 북쪽 변두리였던 평성은 물류와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평양과 북부지방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반도의 분단은 데칼코마니와도 같은 지리경제학적 특성을 남북한 모두에 남겨줬다. 즉, 접경지역은 낙후되고 서울의 남쪽과 평양의 북쪽이 흥하게 된 것이다. 그럼 앞으로 미래 한반도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제 한반도의 대동맥을 연결해 섬나라와 같이 취급받았던 과거를 극복하자.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해양을 연결하는 교두보로서 한반도의 경쟁력을 되살려야 한다. 당장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도 남북한의 물류·교통망 연결은 필수적이다. 서울과 평양의 직선거리는 200㎞ 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상용화된 중국 고속철이 시속 350㎞ 이상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건설될 서울-평양 고속철도는 30분 정도면 두 도시를 연결할 수 있다. 서울과 평양이 서로 떨어진 도시로서가 아니라 ‘서울-평양 메가시티’라는 단일 광역경제권으로 기능하는 것도 꿈꿔 볼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시급한 것은 남북을 잇는 촘촘한 교통망의 연결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산악지형 특성상 실제로 인구가 거주하고 산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은 그리 넓지 않다. 남북한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루트를 살펴보면 서울과 평양 사이의 좁은 지역이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기존 경의선과 같이 단일 노선만을 계획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내에서만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수용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2~3개의 주요 노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철도망 연결을 제안한다. 기존 경의선은 개보수해 화물 전용으로 활용하고, 신규 건설하는 신경의선 고속철도는 인천공항과 경기 남부지역을 출발해 서울을 통하지 않고 김포, 개성, 해주, 남포 등을 지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 중심부와는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이미 착공된 GTX망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GTX-A 노선은 동탄, 수서, 서울역을 지나 파주 운정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여기서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개성이다. 운정을 종착역이 아닌 경유역으로 전환하고 평양까지 연장한다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구축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자, 그럼 미래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은 어떻게 변할까.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길목이 성장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북부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평양 GTX 연결은 한반도 ‘평화경제’의 구체적 실현이 될 것이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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