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치혁신 열망, 성평등 국회로 응답을

조양민
조양민

21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총선에서 게임의 룰이 될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附議)를 앞두고 각 당의 셈법은 입장에 따라 매우 복잡하다. 문제는 각 정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당리당략에 따라 이른바 ‘정치공학적 계산’에 몰두할 뿐 국민이 바라는 정치혁신과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면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는 입법으로 정치개혁의 한 축을 이루어왔다. 여성할당제는 의회에서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일정비율을 여성으로 충원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1995년 북경세계여성대회를 기점으로 국제적 기준이 되어 100여 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고 한국도 유엔(UN) 여성차별철폐협약에 조인함에 따라 이 제도를 채택했다.

2000년 2월 정당법을 개정하면서 비례대표에 여성을 30% 이상 추천하도록 하는 첫 여성할당제에 힘입어 16대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은 5.9%(지역구 2명, 비례대표 11명)를 기록하였다. 2002년 선거법 개정으로 17대 총선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명부에 각각 투표할 수 있는 1인 2표제가 도입되었다. 이때 비례대표 정당명부에서 여성후보를 50% 할당하도록 강제하면서 5.9%였던 여성비율은 13%(지역구 10명, 비례대표 29명)로 급상승하였다. 특히, 20대 국회의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17%로 여성 지역구 당선자(26명)가 비례대표 당선자(25명)를 앞지른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 얼핏 보면 여성의 정치참여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맞지 않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2018년 세계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아시아국가의 평균인 19.7%에도 미치지 못하고 심지어 아랍국가(18.7%) 평균을 밑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보면 200여 개 국가 중 120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21대 선거에서 국회의원 지역구에 30%의 여성할당제를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으나 이번 부의된 선거법을 논의할 당시부터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여성과 관련된 어떤 진전된 제도개혁도 없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세계는 지금 여성할당제에서 남녀동수(parity)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남성의 정치적 과잉대표성으로는 진정한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세계는 이미 알고 있다. 내년 총선을 통해 성평등한 국회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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