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본다

“아무래도 올 연말쯤에 우리나라에 대공황이 올 것 같아.”(친구) “웅?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우리 경제가 멀쩡하잖아.”(나) “아냐 그렇지 않아. 아주 심각한 상황이야.)(친구)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 경제가 파탄이 났던 그해 봄 무렵이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에서 말단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그 친구는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예상하면서 낙담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그 해에 있는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과 이회창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당선될 것인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나라 경제의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누구도 이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내부 경고음을 발신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달 후에 기억하기도 끔찍한 ‘경제폭탄’은 터졌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게 있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일정 기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나타나는데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삼백 번의 작은 징후들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를 무심코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관리자들은 늘 예민해야 하며 매사에 긴장하면서 사안을 지켜봐야 한다. 막상 일이 터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이 점에서 사전 예방이야말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대응책인 셈이다.

우리 한국적 정서에서는 멋진 지도자의 덕목으로서 ‘통 크게 놀아야 한다’든지 ‘아랫사람에게 호방하게 대해야 한다’는 등을 손꼽는다. 이른바 동양적 대인배론(大人輩論)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실무에 약하고 현장에 무관심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아랫사람들에게 일을 떠맡기는 스타일이며 거대 담론을 논하는데 능하고 현란한 구호로써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익숙하기 마련이다. 꼼꼼한 것을 쩨쩨한 것으로 치부한다. 아무래도 현재 문재인 정부 핵심세력들이 이런 ‘대장부 정치’를 하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된다. 촘촘하거나 치밀하지 않고 어딘가 좀 엉성하고 구멍이 듬성듬성 뚫려 있는 느낌이다.

요즘 경제를 비롯하여 외교·안보 분야 등 사회 곳곳에서 톱니바퀴가 서로 어긋나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짜임새가 없다. 하인리히 법칙에서 300번의 징후와 전조들을 넘어서 30번의 경고음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는 바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다가올 위기 상황에 대처할 비상계획을 치밀하게 마련하여 국민에게 제시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 정권을 믿고 지지하게 된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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