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DMZ 기억의 박물관’ 파주만 한 곳이 없다

대한민국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분단의 상징물로 알려지면서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DMZ 관광객 수는 49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경복궁 관광객 450만 명보다 많은 숫자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별로 DMZ 관광 개발에 나서고,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는 실정이다.

반면 DMZ가 생겨나면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의 기록이나 유물, 그곳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기억들을 보존하는 일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DMZ의 기록과 기억은 매일매일 지워지는데도 말이다. 파주시는 지난해부터 철거 위기에 놓인 6·25전쟁 당시 건설된 리비교와 DMZ에 대한 연구자료, 사진 등을 보존하기 위해 ‘DMZ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도 지난 4월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분단과 비극적인 역사를 추도하고 한반도 번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DMZ 기억의 박물관’ 검토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DMZ 평화관광 정책토론회’를 통해 과거의 보존과 전시 위주의 박물관과 달리 교육, 문화적 소통 기능까지 담은 복합공간을 건립한다는 구체적인 구상안을 공개했다. 건립 장소로는 파주 임진각과 철원 평화문화공원이 최적지로 제시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건립 규모나 구체적인 건립계획은 제시하지 않아 자칫 검토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66년간 DMZ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할 ‘DMZ 기억의 박물관’ 건립 필요성은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이제 박물관 건립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만 있으면 된다. 무엇보다 건립지역 선정을 위한 정부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간 DMZ 관련 사업을 보듯이 지나친 유치경쟁으로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

박물관의 이용과 활성화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상징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건립돼야 한다. 이러한 장점을 모두 갖춘 곳이 바로 파주다. 파주는 판문점, 임진각, 대성동마을, 개성공단, 경의선 철도 연결 등 분단의 아픔과 남·북 간 평화 노력을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장으로 상징성이 뛰어나다.

서울과 인천·김포 공항에서 1시간 이내면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올 연말 임진각까지 경의선 전철이 연장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한 방문도 쉬워진다. 박물관 건립을 위한 경기도의 의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에 박물관이 들어설 부지의 무상 제공도 제안해 놓은 상황이다. 이러한 장점은 DMZ 관광객 통계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DMZ 관광객 490만 명 중 82%인 400만 명이 파주를 방문했고, 이중 외국인 관광객은 71만 명에 이른다.

DMZ 기억의 박물관은 한반도 공존번영과 평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세계인과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DMZ 기억의 박물관 건립에 나서야 한다. 상징성과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 균형이라는 잣대로 건립지역을 선정하는 누를 범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사라져 가는 소중한 DMZ의 기록과 흔적을 후세에 전해줄 DMZ 기억의 박물관 건립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해 본다.

최종환 파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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