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쯤이면 많은 사람이 한해를 돌아보고 성찰을 하면서 숙연해진다. 많은 이들이 한해를 돌아보면서 또한 새해를 기다리며 가장 관심을 갖는 일이 무엇일까? ‘비나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새벽에 정화수 한잔을 떠 놓고 기도하던 그 말 한마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우리 자식 잘되게 해 주세요.”
오직 자식 잘되게 해 달라던 그 기도, “비나이다”를 떠올린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비나이다’ 넉 자에는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축복의 기도이기도 하다. “비나이다”를 한상렬님은 이렇게 해석했다. 비:비움나:나눔이:이음다:다함.
그렇다. 가만히 보니 우리 어머님들이 드렸던 이 기도는 단지 기복으로 복만을 빌었던 기도가 아니었다. 이 기도문 속에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를 돌아보며 혼자의 삶이 아니라 서로 관계 속에서 소통하며 사는 삶의 철학이 모두 녹아 있는 기도문이다.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비웠는가? 우리는 비우지 못하고 온갖 욕심과 욕망 속에 채우려고만 했다. 그저 내 것만을 가지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남의 것도 욕심내며 소유하려고 했다. 오직 나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 했던 나를 성찰하며 기도한다. 비나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가볍게 비우는 삶이 되게 하소서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나누었는가를 돌아본다. 나누기보다는 움켜쥐려고 했던 나를 돌아본다. 이웃의 아픔에 눈 감고 움켜쥐려고만 했던 나를 돌아본다. 나누어야 풍성해진다. 나누어야 평화가 오고, 나누어야 행복이 온다. 비나이다. 나누며 살게 하옵소서.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관계와 관계를 이으면서 소통했는가를 돌아본다. 늘 내 기준으로만 남을 바라보면서 나를 돌아보기보다는 남을 탓하고 나 중심으로만 살아왔던 나를 돌아본다. 비나이다. 서로 관계를 소통하며 통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를 돌아본다. 나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서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온 정성을 쏟았지만 고통당하는 우리 이웃들을 외면하며 살아왔다. 모두가 그렇게 사는데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웃의 아픔에는 눈감고 살아왔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비나이다. 이런 나를 용서하소서.
이제 12월 새해가 얼마 남지 않는 이 시간에 우리가 해야 할 기도이다. 우리는 내 안의 온갖 욕망과 집착의 거짓 자아인 에고의 욕심의 언저리에 서성이지 말고 아쉽지만, 한해를 기쁨으로 보내드린다. 그리고 오늘도 “비나이다”를 되뇌이며 내 삶이 새로워지며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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