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71~2100년 사이 0.3~4.4도까지의 기온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지구가 유지될 수 있는 상승온도의 최저 한계선은 산업혁명 이후 1.5도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4도가 넘는 기온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마샬군도의 키리바시 섬의 해수면은 상승했고 해변은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빙하는 녹아내리고 홍수와 산불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가뭄과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 난민이 발생하고, 폭력과 차별도 뒤따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0회 국제형법학회(AIDP) 총회에서 환경파괴와 관련한 행위들을 미래세대에 해를 끼치는 범죄행위라며 비판했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툰베리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며 호통을 쳤다. 미세먼지는 ‘재난’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화석연료 보조금과 세금 할인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는 한국에 툰베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이 가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2030년까지 37%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감축 목표에도 말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현 정부 또한 전 정부와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책수단의 구체성이 떨어져 이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받으며 통상국가인 한국 스스로 국제적 외톨이를 자초하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느긋하게 뒷짐 지고 있는 사이에 전 지구적으로 신기후체제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만을 납품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EU는 환경규제를 강화해 기후관련 요구를 지키지 못하는 ‘기후악당국가’의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제안하는 등 기후정책과 무역을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국 7위국이자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한국의 기후정책은 여전히 안일하다.
이에 반해 EU 정상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합의했으며, 미(美) 뉴욕주의회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급진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와 기업이 함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성해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라는 공동의 목표를 선언하고 이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시민 개개인의 실천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릴 적부터 ‘생태시민성’ 함양을 위한 환경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내년부터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개발을 정식교과과정에 포함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중ㆍ고교의 환경을 주제로 한 교과목이 2007년 20.6%에서 2018년 8.4%로 떨어졌고, 2009년 이후 환경을 담당하는 교사 신규 채용이 전무한 상황이다. 환경교육을 위한 재정과 인력 투입이 시급하다. 아울러 성인지 교육과 같이 법령과 정책을 다루는 정책입안자 및 집행자, 선거출마자, 대통령까지 환경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당겨쓰고 있다. 우리의 위해적(危害的) 행동이 앞으로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이미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기후악당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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