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이란과 미국, 다시 소용돌이 치는 중동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중동으로 향해있다. 중동에 일촉즉발의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늘 테러와 전쟁 그리고 갈등의 온상으로 상징되는 중동 지역이 다시금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로켓포가 발사됨으로써 미국 민간인 한 명이 사망했고 이 사건의 배후를 친이란 성향의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지목한 미국이 시아파 민병대 기지 5곳을 공격, 7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성난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고 미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한 표적 공격으로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동하는 차량에 타고 있던 이란 혁명 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사망했다.

이라크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1980년 시작돼 1988년까지 계속된 이란-이라크 전쟁, 19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미국이 공격한 1차 이라크전쟁(걸프전쟁),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이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의 명분을 내걸고 이라크를 재침공한 2차 이라크전쟁, 그 이후 계속된 내전까지, 이라크는 수많은 전쟁의 상처와 상흔이 아물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금 이란과 미국의 긴박한 갈등으로 인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란과 미국의 원한관계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이슬람혁명 발생으로 어제까지 친미국가였던 이란은 하루아침에 반미를 국시로 내세운 신정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후 이란의 핵개발로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관계가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의 핵동결과 제재완화를 핵심으로 한 2015년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 화해의 분위기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2018년 트럼프행정부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로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됐고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양국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전 세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망한 솔레이마니 장군은 ‘정부 위의 정부’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인 쿠드스 군을 지휘하던 총사령관으로 이란 대외전략을 기획하고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영웅이었다. 그런 인물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표적 공격을 지시해 암살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내에서는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70여 곳 이상의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고 미 의회는 이란과의 전쟁 반대 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미국은 중동에 수일 내로 3천500명의 미군병력을 배치할 것이고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이미 52곳의 공격목표 지점을 지정하며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가혹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 온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동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긴급 대책반을 구성하고 이 사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으로 중동은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도저히 매듭이 보이지 않는 중동문제이지만 더 이상의 확전(擴戰) 없이 부디 인명피해 없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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