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동양의 IOC를 꿈꾸는 WMC

스위스 로잔은 국제스포츠 행정도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레만호 주변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박물관, 국제스포츠회관(MSI) 등은 스포츠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다. 초기 로잔은 국제스포츠연맹들을 유치하고자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외국인 고용인들에게 노동허가증을 발급해줬다. 시와 협력하여 처음 정착하는 국제스포츠연맹에 대해서는 필요한 사무실의 임대료도 2년간 제공해줬다. 그 결과 지금은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를 비롯한 50여 개 국제스포츠연맹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곳을 벤치마킹하려는 스포츠 행정가들의 방문도 매우 빈번하다. 지금은 지역 경제차원에서 고용과 재정 수입은 물론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는 아직 올림픽을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다. 하물며 1984년 IOC로부터 ‘올림픽 도시’라는 명예를 부여받았다. 1915년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IOC 본부를 파리에서 로잔으로 옮긴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1894년 쿠베르탱은 자신의 지인들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12개국 주요 스포츠단체들과 함께 파리의회를 통해서 어렵게 IOC를 창설할 수 있었다. 초기 IOC는 재정이 너무 빈약해서 그 어떤 지원도 하지 못하고, 직원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IOC는 206개 회원국(NOC)을 보유한 국제스포츠계의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총 수입도 무려 약 70조 원에 이르고 직원도 약 500여 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IOC 위원이 되면 약 200여 개 회원국을 비자 없이 출입국 할 수 있다. 국빈대접에 수행원까지 통관절차 없이 출입국 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도 가진다. IOC의 ‘올림픽’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씨름과 택견을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태권도를 세계인의 무예로 성장시킨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다. UNESCO에서 관심을 두는 무예와 IOC에서 소외된 국제무예연맹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를 ‘동양의 IOC’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WMC는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메가 스포츠이벤트’로 성장시켜 국제스포츠계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우리 정부도 로잔과 같이 ‘국제무예회관’을 건립하고 국내외 무예단체와 국제연맹들을 유치하는 프로젝트(project)를 진행하면 좋겠다.

지금 세계는 자신들의 전통무예를 육성하고, 세계화 노력에 힘쓰는 시점인 것을 고려한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볼일은 아니다. 그러기에 앞서 WMC도 정부지원 없이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IOC는 The Olympic Program(스폰서십)과 TV 중계권료(총수입의 70%)를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고 있듯이 WMC는 IOC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하여 ‘Masterships’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체부에서 ‘전통무예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한 IT 강국 ‘Korea’의 국력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다. WMC가 동양의 IOC가 되어 그 지역의 고용과 재정 수입이 증가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희망을 잠시 품어본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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