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과 구독 경제

과거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NEC 등의 전자산업이 일본경제를 견인해왔다면 최근 일본의 전자산업은 과거에 비해서 국제경쟁력이 많이 저하했다. 한편 일본이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Animation)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한국, 중국, 유럽, 미국 등을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시장 규모은 2017년 처음으로 2조 엔(약 21조 원)을 기록했다. 2002년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참고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수익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에서 특징적인 것으로는 ‘제작위원회(製作委員會)’ 방식이 있다. 예를 들면 이웃집 토토로 제작위원회, 신세기 에반게리온 제작위원회, 진격의 거인 제작위원회 등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제작위원회’ 방식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컨소시엄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동 방식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TV 방송국, 영화회사, 게임·장난감 등 2차 창작물 제조업체 등이 출자해 위원회를 만들고, 그 자금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구조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용이하게 조달하고,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발생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작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제작위원회를 통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다. 대부분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지 못하므로 지분을 제작위원회에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제작위원회에 참여하는 출자 기업들 간에 작품의 내용 등에 대한 견해차이, 갈등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그 작품 제작에 필요한 인력을 모아 팀을 구성하지만 1개 작품이 끝나면 팀은 해산한다. 즉, 다음 작품에서는 동일한 팀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 불안한 수입 등이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넷플릭스(NETFLIX) 등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등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비를 지불하고 있으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포괄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0년 2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이웃집 토토로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21개 작품을 미국, 북미를 제외한 190개 국가에 제공하기로 했다.

넷플릭스(NETFLIX)는 ‘구독 경제’ 기업이라고 불린다. 구독경제와 공유경제를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독경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제품(서비스)을 제공한다. 구독경제,공유경제,플랫폼 경제는 인터넷상에서 발전하고 있으며 서로 그 성격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구독경제,플랫폼 기업은 승자독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향후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유통,자금 등의 측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경제,플랫폼 기업에 종속되어 실질적인 ‘하청기업’으로 전락할지, 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