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성인문해교육 글꽃학교 졸업 어르신들, "평생 배움의 한 풀었어요"

“평생 한을 이제야 풀었습니다.”

김포지역 어르신 17명이 평생 한이 됐던 한글을 깨우치는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들은 김포시가 마련한 ‘성인문해교육 글꽃학교’를 수료한 제6회 졸업생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가족 등 주위의 축하와 감동이 가득할 촐업식을 갖지 못한 점이다.

지난 15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졸업식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취소돼 아쉬웠지만, 졸업 축하를 기념하기 위해 가족들의 축하메세지가 담긴 동영상을 교실에서 관람하고 졸업장과 상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글꽃학교 수강생의 대부분은 할머니들로, 가족이나 친구의 권유로 입학했다가 배움에 열정을 느끼고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 영광스런 졸업에 성공했다.

대부분 연로해 꾸준히 출석하기 쉽지 않은데도 졸업생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김포시 평생학습관은 성인문해교육 학력인정반 운영기관으로 지정돼 매년 글꽃학교 교실을 운영해 지난 5년간 5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올해는 지난 한해 열심히 노력해 초등학력을 인정받은 학생은 50대~80대까지 17명이다.

시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어려워 일상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해진 교육기간을 이수하면 교육지원청과 연계, 초등학력을 인정해주는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초등학력인정서는 3단계의 교육과정(1단계 240시간, 2단계 240시간, 3단계 240시간)을 마쳐야 받을 수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을 공부해 졸업장을 받게 된 것이다.

졸업생 양주명 할머니(75)는 “어린 나이에 식당일을 하며 동생들을 키웠고 그렇게 살다보니 글을 읽을 줄은 알았지만 쓰는 것이 서툴렀던 터라 글을 쓰는 상황이오면 심장이 두근거렸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글꽃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남들 앞에서도 자신 있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지난 힘들었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함께 졸업한 이성주 할머니(72)도 “여려운 시절 남동생들 뒷바라지 하다 배움의 시간을 놓쳐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항상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며 “우연한 기회에 이곳 글꽃학교를 찾게 돼 한글을 깨우치고 나니 평생 가슴속에 남아있던 한을 풀게 됐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수료식에 함께한 황규만 교육지원과장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배움의 문을 두드리는 어르신들이 존경스럽고 앞으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실있는 문해교육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꽃학교 졸업장으로 배움의 한을 말끔히 씻어낸 어르신들은 이제 상급학교 진학 및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다. 배움에 목마르고 서러웠던 인생의 겨울을 이겨낸 어르신들이 아름다운 봄을 맞았다. 김포=양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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