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말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
이 말은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 볼테르(Voltaire)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최근 임미리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지적하며 촛불혁명을 통해 완성한 국민의 힘을 선거를 통해 보여달라는 칼럼의 내용은 손이 베일 정도로 날카롭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칼럼들 속에서 유독 이 칼럼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민주당의 형사고발 덕분이었다. 예리한 펜의 끝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정치는 코미디(Comedy)라 하는데, 이 정도면 형사고발을 결정한 사람들조차도 각본과 다른 결말에 쓴웃음을 지을 것 같다.
최근 민주당은 슬그머니 고발을 취하했고,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국민께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며, 임미리 교수가 이를 수용하면서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지식인과 언론사까지도 근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위 칼럼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함께 그 권력을 쥐여준 것이 국민이라는 점을 역사적 당위성에서 찾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형사고발은 역사의 퇴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이다. 사회 내 다양한 의견과 사상을 자유로운 의사교환 과정을 통해 전달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민주주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현명하다.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고 이를 조정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루는 능력은 연일 막말 다툼을 하는 정치권력보다 뛰어나다. 혹시나 국민이 칼럼만을 읽고는 맹목적으로 누굴 빼고 투표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위헌결정, 야간옥외집회 원칙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호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공적 인물과 공적인 사안에 대한 비판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는 여러 시도로부터 언론을 보호해왔다. 이미 미국연방대법원은 월남전에 반대하는 의미로 학생들이 검은 완장을 착용하는 행위(Tinker v. Des Moines Independent Community, 1969)와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Texas v. johnsom, 1989)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행위라 판시하였다. 특히 성조기 소훼사건에서 윌리엄 브레넌(William Brennan) 연방대법원 판사는 “성조기를 불태웠다고 처벌한다면, 성조기가 상징하는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것이다”라는 판결취지로 미국 전역에 감동을 안겨줬다.
표현의 자유는 계속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그 자유를 누릴 준비가 됐다. 단, ‘정치권력만 빼고’.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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