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중산층 임대주택

우리나라는 과거 주택부족이 가장 큰 사회문제였기 때문에 주택공급확대가 최우선과제였다. 그래서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개발하는 정책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주택공급은 과도한 시세차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사회적인 불평등을 야기했다. 서민층 대상 임대주택도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임대아파트는 저소득층 주거라는 사회적 편견이 일반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4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18.1%, 신(新)주택보급률로도 2017년 전국기준 103.3%에 달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주택부족 문제가 대부분은 해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변해가고 있고 이 영향으로 매매시장보다는 월세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기존의 전세 시장도 월세형으로 변하고 있다.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도 변해 주요공급 목표계층도 서민에서 중산층 혹은 상류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임대주택 시장은 민간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10분위 소득구분에서 5~8분위 임차가구는 45.5% 이고 이중 90.3%가 민간 임대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간임대의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한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부동산 상승 시기에는 보증금의 과도한 증액으로 비자발적 퇴거 위험에 놓이게 되고 시장 하락 시기에는 ‘깡통전세’의 리스크에 노출된다. 그러므로 장기간 거주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도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정책 제시가 이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이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서울시에서 제안한 장기전세임대주택, 정부주도의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등이 추진되었지만 중산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주거형태라고 하기에는 소득기준이 낮게 설정되어 있거나 최장 거주기간이 8년으로 짧게 설계되어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국내에 처음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옛 수원지방법원 및 검창청 부지를 임대주택부지로 전환해 임대주택 549세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사에서 제안하는 중산층 임대주택 모델은 최장 20년 거주 가능하고 소득기준에 대한 제한도 기존 공공임대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설정되어 있다. 19세 이상의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가능하다. 무엇보다 주변시세대비 90% 이하의 낮은 임대료만 부담하면 입주할 수 있다. 주택만 제공하는 종전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식사, 청소, 돌봄 등의 각종 생활복지 서비스를 같이 제공한다.

공사가 직접보유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존 분양방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리츠에 토지를 매각하므로 부채비율 개선과 재무건전성 강화에도 효과적이다. 민간의 자본을 활용하고 일정한 건설물량을 공공 발주로 제공함으로써 건설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입주자는 주거비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 있어 가계소비에 여유를 제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계소비 여력은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1석2조 효과를 발휘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임대주택 모델을 추가해 다변화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수요 대응형 주거복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대를 이어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몽섭 경기도시공사 도시주택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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