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피해 현황(3월 29일 오전 3시 기준)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는 발생국가 199개국, 확진자 70만 2천368명, 사망자 3만 3천180명이고, 우리나라는 확진자 9천661명이며 사망자는 158명에 이른다. 대부분 국가가 입국금지 내지 제한 조치, 국내에서의 이동금지 명령을 실시하고 있고, 대중이용시설(종교시설, 체육시설 등)의 이용금지를 강력히 권고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지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어 일상의 모든 생활이 정지된 상태이다. 결혼식, 전시회 등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고 비즈니스를 할 수 없어 물건의 납품 등 각종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가?
민법 제390조 본문은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후문에서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라는 상태는 일반적으로 ‘불가항력’이나 ‘천재지변’의 상태를 가리킨다. 판례는 보통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를 계약당사자에게 귀책사유(책임질 사유)가 있는지, 계약당사자가 미리 그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 계약당사자의 노력이나 힘으로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거나 피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위 3가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계약당사자들이 이를 예상할 수 있거나, 이를 방지 내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서 민법 제390조 후문의 ‘불가항력적인 사정’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기한 내에 국제무역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가항력이라는 사실증명서를 발급하여 주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원인이 되어 전시장이나 예식장 사용계약, 여행계약 등을 취소하거나, 물품제조를 하지 못해 물품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한 경우 등에도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볼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