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고실업의 병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주 사이에 실직자가 2천만 명을 훌쩍 넘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사실상 실업인 일시 휴직자가 126만명, 363% 증가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노동시장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코로나 경제충격은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고용을 유지하던 중소기업도 무너지고 있다. 대기업도 매출이 격감하고 자금난에 빠져 항공이나 호텔 등 관광 관련 사업은 도산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수출이 20% 가까이 격감하면서 제조기업도 조업 중단을 넘어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 되고 있다.
금년도 경제성장은 마이너스로 전망된다. 마이너스의 폭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오래갈지 예측하기 힘들 뿐이다. 나라마다 기업의 도산과 대량실업의 가능성을 줄이려고 재정확대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가 일시적인 경기침체로 끝나기를 기대하며 자금을 퍼붓고 있지만, 희망으로 끝나기 쉽다. 코로나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의 충격이 크고, 의료와 방역시스템의 선진국답지 않게 허술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코로나 발병국이지만 관련 정보마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글로벌 협력도 어렵다.
대량실업이 불가피하기에 빨리 회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 실업의 위험도 숙련에 따라 차이가 크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 심리는 대면 접촉을 꺼리게 만들어 오프라인 거래는 위축되고 집단적인 노동도 피하게 만든다.
대면 서비스에 종사하는 저숙련 근로자는 일할 기회가 줄고 반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줄 아는 숙련 근로자는 원격 노동으로 소득을 높일 수 있다. 지난 3월 코로나로 일자리가 줄은 들은 직종이 도소매(-16만8천명), 음식ㆍ숙박(-10만9천명) 등 대면 서비스업이 많은 데서 알 수 있다. 또 저숙련이 많은 20대 청년은 취업자 감소 폭(17만명)으로 가장 컸다.
재정확대에 의존한 고용정책으로 대량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 장기 실업자만 늘려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악화시키기 쉽다. 지난 3월 취업자가 전 연령대에 걸쳐 20만명 감소했고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은 18% 이상 증가했지만, 공공아르바이트 일자리 사업으로 60세 이상 취업자만 33만명 이상 증가했다. 따라서 일자리 감소 폭이 실제로 40만~50만 명이나 되는데도 고용 악화의 실상만 가린 것이다.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수당 지급에 집중되고, 수당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공돈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고용의 유지나 창출에 도움을 주기 어렵고 예산 낭비로 재정만 악화하기 쉽다.
경제위기는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1970년대 석유 위기가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바꾼 것처럼 코로나 위기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책이 득세한 1970년대 유럽은 오늘날 우리나라처럼 석유 위기에 재정확대와 규제강화로 대응해, 저실업에서 고실업 국가로 되었고 ‘유럽병’을 만성화시켰다. 반면, 미국은 일시적인 대량실업을 감수했으나 위기 때마다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정보화시대로의 전환을 촉진했다.
코로나 대량실업도 정석을 밟아야 해결할 수 있다. 재정확대로 임기응변적인 해법에 매달리면 고실업이 고착된다. 정부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최저임금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기업이 ICT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규제를 푸는 것이다. 이래야 위기 때마다 발휘한 민관협력과 노사협력의 DNA도 살릴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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