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日 경기후퇴의 시작, 궁지 몰린 아베

2012년 12월에 등장한 아베 수상은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그 이후 수차례 중의원, 참의원 등의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아베 수상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아베 수상은 긴급사태선언 이후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베 수상 자신이 소파에 앉아서, 애견을 안은 상태로 차를 마시면서, 독서를 하였다. 이러한 동영상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우아하게 쉬는 모습은 국민 감정에 맞지 않는다”, “국민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 등의 비판이 급증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2020년 4월11~12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아베 내각 지지율(42%)은 불지지율(47%)보다 낮아졌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 등으로 올해 6월경에는 아베 수상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왜 아베 수상은 궁지에 몰린 것일까. 최근 일본 경제의 악화가 결정타가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 이전까지만 해도, 아베노믹스에 의해 만들어진 호경기(이른바, ‘아베노믹스 경기’)의 정점(peak)은 2020년 여름 도쿄올림픽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아베노믹스 경제의 정점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19년 10~12월 GDP는, 일본경제는 5사분기 만에 GDP 마이너스 성장(실질, -0.4%)을 했다. 본래 일본 정부는 마이너스 성장을 2020년 1~3월기에는 벗어날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일본경제연구센터의 ‘ESP forecast 調査’ 의하면, 코로나 19에 따른 소비 감소로 인해 2020년 1~3월기 일본의 GDP는 2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3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판단에 관해서 기존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에서 “심각한 상황에 있다”고 수정했다. “심각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발생한 2012년 7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 등에 따른 경기침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유독 이번 코로나 19에 대한 아베 수상의 대응은 완전한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수상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전문가의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했다. 일본에서는 장기불황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관료주도에서 정치주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대됐으며, 민주당 정권기에는 수상의 리더십 부재가 문제시 되었다. 아베 수상은 정치 주도로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 재생을 달성했다고 여겨졌다.

한국에서는 예방의학 박사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대응에 전면에 나서 있다면,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문제를 지휘하는 사령탑은 정치가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미국에서는 국립감염연구소장인 파우치 박사가 지휘하고 있지만, 왜 일본에서는 경제재상담당장관이 지휘하고 있는지”라는 의문을 제시했다.

정치가와 관료제의 관계에 있어서, 선거에서 선출된 정치가가 관료제를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한편 통화정책 등과 같은 전문성이 강한 정책분야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 정책결정과정에서 정치가의 무분별한 개입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하에서 정치가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정책 영역에 있어서는 능력이 있는 유능한 전문가나 조직을 발굴하여, 중요한 결정이나 제도 운용을 위임하는 것이 중요한 정치적 리더십이 아닐까.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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