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할 사람은

재산의 증여와 관련해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법’으로 약칭)은 수증자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법 제4조의2 ①).

예컨대 갑이 아들인 을에게 토지를 증여한 경우, 수증자인 을이 소정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재산을 증여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은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수증자로부터 증여세를 징수하기 어려운 경우(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어 체납처분도 무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증여자도 수증자와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법 제4조의2 ⑥). 즉, 증여자는 예외적으로만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갑이 을의 동의를 얻어 그 소유 재산의 명의만을 을로 해두는 경우가 있다. 이를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법제는 ‘명의신탁’을 그다지 달갑게 여지기 않는다. 우선 ‘부동산’의 명의신탁은 그 자체로 무효일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과 과징금의 대상이다. 반면, 자동차나 주식 등을 명의신탁하는 것은 증여세의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만일 갑이 A회사 주식을 을의 명의로 신탁(명의개서)했다고 하자. 이 경우 그 주식의 형식상 명의자는 을이지만, 갑은 결코 을에게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법(제45조의2)은 이러한 경우 갑이 을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명의신탁을 억제하려고 시도한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수증자 납세의 원칙에 따라 명의수탁자인 을이 증여세를 내야 할까? 실제로 법은 최근까지 이러한 경우에도 수증자 납세의 원칙에 따라 (수증자로 의제된) 을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며, 다만 증여자인 갑은 을과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개정 전 법 제4조의2 ⑤ 4호).

그러나 명의신탁 행위를 통하여 실제로 어떤 이익을 얻는 사람은 명의신탁자(갑)일 뿐이며 명의수탁자는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증여세까지 납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리하여 2018년 12월 31일 개정된 현행 법은 명의신탁의 경우 실제소유자(명의신탁자)가 해당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음을 명문으로 선언(개정된 법률 제4조의2 ②)함과 동시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연대하여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종전 규정을 삭제했다. 따라서 현행 법률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람은 주식의 실제 소유자인 갑이고, 단지 명의수탁자에 불과한 을은 증여세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이처럼 명의신탁을 하는 사람은 증여세까지 단독으로 납부해야 한다. 개정 규정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명의신탁 행위를 주도한 사람에게 직접 과세한다는 점에서 형평에 부합하고 이를 통해 명의신탁을 제어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효율적인 타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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