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개미지옥’된 라임사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1조 6천억원의 초대형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른바 ‘라임사태’의 ‘돈줄’이자 정관계 로비 역할을 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라임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해온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오랜 도피행각 끝에 구속됐다.

라임사태는 지난 2019년 7월 경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에게 펀드 부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연 5~8% 수익률을 약속하며 상품을 판매했고, 같은 해 10월 경 펀드에 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펀드런 위기를 맞으며 결국 환매중단을 선택하게 되었다. 특히 사모펀드는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 사실상 파산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기에, 4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2%대 초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개인투자자들에게 ‘없어서 못 사던’ 라임펀드는 한줄기 희망이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은 코스닥 좀비기업의 부실 자산을 대량매입하는 것은 물론, 특정 펀드의 손실을 다른 펀드 자금으로 메우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철저히 부실을 숨겨왔다.

또한 이번 라임 사태는 불완전 판매, 횡령, 무자본 인수합병, 정·관계 로비의혹까지 나오며 금융사기 수준을 넘어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관리부실과 금융사의 펀드 불완전 판매 의혹까지 금융권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금의 라임사태의 원인은, 투자자 보호조치 없이 최소 투자금액은 물론 진입, 설립, 운용, 판매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사모펀드 운용에 절대권력을 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공모펀드의 경우에는 펀드 설정시 사전 등록해야 하고, 일반투자자에게 판매시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며, 운용과 차입에 대해 규제를 따라야하고 공시의무도 부담한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약이 없다. 투자자들이 철저한 ‘을’의 위치에서 운용사만 믿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모험자본 활성화를 통한 기업육성이라는 사모펀드 규제 완화의 당초 목적이 투기성 기업사냥꾼들의 수익추구의 장으로 변질돼버린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라임운용의 부실 펀드만을 운용할 새로운 자산운용사인 ‘배드뱅크’를 설립할 계획이지만, 남겨진 부실 자산만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절망적이다. 또한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확정·발표했다. 운용사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판매사와 신탁업자,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같은 수탁기관에도 운용사 관리·감시의무를 부여하였고, 투자자에게 분기별로 자산운용보고서를 제공토록 하는 등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이 사모펀드 운영리스크와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도입할 때, 우리 정부는 먼발치서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라임사태라는 희대의 금융사기로 인해 펼쳐진 개미지옥, 그 희생양은 안타깝게도 국민들이다.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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