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전시회도 온라인으로 한다

코로나19로 해외전시회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어 각국 기업들의 판로개척 길이 막혔다. 막힌 길을 뚫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데 중국이 앞서 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당초 지난달 개최 예정했던 중국 최대 종합국제무역박람회인 제127회 중국수출입박람회(China Import and Export Fair, 캔톤페어)를 코로나19로 인해 6월15부터 24일까지 온라인으로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와 전시회는 차이가 있다. 전자상거래는 주로 B2C로 온라인에서 구매, 결제가 이루어지지만, 전시회는 제품홍보와 적격한 B2B 바이어 발굴이 목적이다. 그래서 온라인전시회는 상기 두 가지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우선은 전시제품을 직접 보거나 듣고 만질 수 없기에 품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것을 해결해야 한다. 카탈로그와 같이 평면적 정보제공이 아닌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가상현실(가상의 세계에서 실제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기술, VR)과 증강현실(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처리하는 기술, AR)이라는 첨단기술의 적용이 필요한데 이용편리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볼 때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로는 온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전시기업이 적격한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캔톤페어의 기술서비스 설계를 맡은 중국 최고 IT기업이자 온라인 기업인 텐센트는 전시기업과 바이어간 연결(메치메이킹)을 위해 인공지능(AI)기술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찾아 주겠다는 뜻이다.

63년간 126회라는 전시운영을 통해 수많은 전시기업과 바이어 정보를 가진 전시운영사와 소설네트워크서비스 분야의 강력한 기술기업이 결합해 전시회의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겉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더믹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대응 수단으로 보이지만, 이면엔 전시분야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맞추어 온라인전시회는 필연적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가 당초 예상보다 일찍 현실화시키고 있기에 경제주체들도 변화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온라인전시회가 효과가 있다면 굳이 임차비와 인적, 물적 이동비용 부담이 크고, 인력과 시간 소요가 많은 기존 전시회보다 온라인 전시회를 선호할 것이다. 다만, 온라인화에 따른 개방성과 쉬운 접근성 탓에 판매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에 제품 차별화와 온라인에 적합한 홍보 콘텐츠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첨단기술 분야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온라인전시회를 시작으로 컨벤션 전반에서 늘어날 수요에 대비 다양한 기술기반의 운영플랫폼을 개발하여 향후 불거질 동산업의 주도권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

한편 전시운영을 담당하는 주최들이 온라인전시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공공부문도 인프라와 전시운영플랫폼 구축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전시회는 중소기업들이 해외 판로개척에 있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이기에 온라인 전시운영시스템이 구축되면 지역과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한국제품을 선호하는 바이어가 있는 한 어떤 상황에도 단절 없는 수출기업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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