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이 드디어 열렸다. 지난 수요일 고3 학생들의 등교로 잠잠했던 학교가 깨어났다. 아직도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순차적인 개학이 예고되면서 잔뜩 움츠렸던 학원가도 바빠지는 것 같다. 준비가 잘 된 학교와 달리 학원이 학생들의 등굣길을 막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액은 21조 원으로 전년대비 7.8% 증가했다. 전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4.8%, 월평균 지출은 42만 9천 원으로 조사됐다. 학생 수는 점점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수강목적별 분포를 보면, 일반교과 과목은 학교수업보충(48.5%), 예체능 과목은 취미 교양 및 재능개발(58.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학교에서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지원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학교수업보충을 위해서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위권 학생들이 더욱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위해서 하위권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고자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사교육을 온전히 개별 학생의 선택 문제로 한정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경쟁에 내몰려온 부모들이 은퇴 후 생활비까지 자식에게 투자하는 것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흔히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라며 입시위주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지만,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과서를 주고 인공지능을 가르친다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중 하나를 다수의 일자리가 자동화되고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협업을 하는 일자리만 증가하는 것으로 보았다. 2050년대가 되면 음악 작곡이나 베스트셀러 집필부터 수학 연구 등의 창의적인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지켜온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 사라지는 것이다.
미래세대가 일터에서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와 감염병 대유행은 뉴노멀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20일부터 시작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가 중요하다.
통계청은 전국 1천5백여개 학교, 4만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졌던 3월부터 5월까지의 사교육비를 조사하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교육정책의 전환 시기와 방향을 놓치지 않으려면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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