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만안구청이 가로수 은행나무(암나무)에 여성상징 표식을 달고 은행열매 조기 낙과를 위해 수간주사를 놓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구청은 은행열매로 인한 악취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여성혐오적 성인지감수성 부재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1일 안양 만안구청과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지역 내 가로수 7천 그루 중 은행나무는 3천400그루로 이 중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30%인 1천그루다. 앞서 구청 측은 열매의 조기낙과를 위해 은행나무 520그루에 생장조절약제를 주사했다. 열매가 맺기 시작하는 시기에 이 약품주사를 2차례 정도 놓으면 은행이 가을철 열매를 갖추기 전에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측은 분홍색으로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를 가로 15㎝에 세로 10㎝ 크기로 표찰에 그려넣었다. 표찰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암나무 몸통에 용수철 고리로 묶어 매달았다. 은행나무의 암수구분을 쉽게 한다는 목적이다.
이런 가운데,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과 안양여성연대 등은 1일 성명을 내고 “만안구청이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민원 해결을 위해 열매를 맺는 암나무에 여성을 상징하는 표찰을 달고 조기낙과 유도제 수간주사를 놓고 있다”며 “이는 나무에 여성표식을 달아 ‘암나무는 악취가 나고 해악을 끼치므로 피해야 한다’고 알리는 낙인찍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열매를 맺는 나무에 ‘암나무 표식’을 달아 관리한다는 발상은 ‘안양시 도시림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 등에서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여성혐오를 유발하는 성인지감수성 부재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암나무 표식을 제거하고 여성혐오적인 정책을 기획한 담당자 징계를 요구했다.
여성연대는 “은행 열매 낙과로 인한 악취가 우려된다면 수확기에 해당 지역에 공공근로요원과 환경미화원 인력을 투입해 은행나무 열매가 부서지기 전에 수거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만안구청 관계자는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다”며 “시민단체가 제기한 여성혐오적 성인지감수성 문제에 대해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양=한상근ㆍ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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