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이른바 '반려인'들이 증가하면서 동물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문제는 진료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갔던 한 누리꾼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양이 스케일링 받았는데 100만원이 결제됐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글쓴이는 "집 근처에 꽤 크다는 동물병원이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줄곧 가곤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글쓴이는 5살인 고양이를 데리고 이 동물병원으로 가 스케일링을 받았다. 그런데 2년 전 25만원 정도였던 스케일링 비용이 이번에는 99만원으로 약 4배 가까이 훌쩍 뛰었다. 가격에 대한 사전고지는 없었다는 게 글쓴이의 설명.
말도 안되는 가격에 매우 당황했지만, 글쓴이는 힘들어 할 고양이를 위해 일단 결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영수증을 살펴 본 글쓴이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세세하게 나눠진 항목별로 금액이 모두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치료 과정은 2년 전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고, 발치 등 다른 치료 또한 없었다"며 "대체 스케일링 하나 하는데 99만원이 청구되는 경우가 있나. 같은 병원에서 25만원이었고, 인터넷 검색 결과 평균 비용이 20~30만원 정도던데 99만원이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실제 동물병원에서 발급받은 영수증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사진에는 글쓴이의 고양이가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진료한 항목들이 매우 세세하게 적혀 있었고, 각 항목별로 금액도 꼼꼼하게 책정돼 있었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도 분노했다. 사실상 동물병원에서 과잉진료를 한 것이 맞다는 판단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과잉진료다" "바가지 씌운 거 맞는 듯"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을 의료진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의료인이다. 수의사는 아니다. 다만 항목에서 이상한 점이 보이는 것은 향정 처방비는 진료비와 중복이고(모든 진료는 처방비 포함), 기본 전마취제에 향정 유도마취제(프로포폴) 포함이다. 호흡 마취에 마취 모니터링이 포함돼 있는 것이 당연하고, 기간삽관 등도 포함된 가격이지 않나 싶다"며 "투약비도 저렇게 비싸게 따로 받을 게 아니다. 주사 놓는 데 3만800원 쓰신 거다. 항목을 어려운 말로 세분하였으나 중복해서 받고 부풀려서 받은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물병원의 과잉진료 논란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 때문에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와 진료항목 표준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 법안 발의가 4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의계의 반대에 부딪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소비자 단체들은 그동안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고지 및 진료항목 표준화를 주장해왔다. 즉, 반려동물 진료 전 반려인이 진료내용과 예상 진료비 등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진료용어나, 진료행위, 진료항목별 절차 등을 동일화 하자는 것이다.
수의계는 그러나 동물진료체계 표준화 없이 진료비를 사전고지하는 것은 소비자 혼란만 초래할 뿐 이라며 맞서도 있다. 특히 "동물의료는 사람 의료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 사전고시가 해답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수의사가 동물진료비를 사전에 알리는 것을 골자로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동물병원 진료비를 둘러싼 논란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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