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춘기가 된 아이가 부모에게 전혀 말을 하지 않아 답답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소소한 잔소리에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화를 내자니 아이가 더 반항할까 봐 겁이 나고, 그대로 두자니 아이가 엇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A. 아마 아이는 어느 시점부터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몰라요.” “그냥요.” “싫어요.” “엄만 몰라도 돼요.” 이 말이 바로 더 이상 엄마에게는 의논하지 않을 거라는 통보라는 걸,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고 아무리 거부해도, 쫓아다니며 말을 걸고는 대답하라고 다그칩니다. 부모님들은 그렇게 이상한 상호작용과 대화를 아이에게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춘기 아이에게 말을 건다는 건, 부모의 진실하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어르거나 달래거나 포장하는 것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진심이 아닌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아이와 대화할 때는 어른스럽게 감정을 조절하며 승낙과 거절의 이유를 진심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을 거는 것은 마음을 거는 것이고, 그건 상대도 나에게 마음을 열고 말을 걸어 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진심이 아닌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청소년들은 어른이 화를 내거나 윽박지른다고 혹은 어설프게 칭찬을 한다고 변하지 않습니다. 부모나 교사가 진심으로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해 주는 동시에 자신이 몰랐던 뭔가를 깨닫도록 도와주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좋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통하는 느낌으로 웃을 수 있어야 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잘못된 방식들은 멈추어야 합니다.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대화가 가능한 때를 찾아라.?아이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우선 지금이 대화가 가능한 때인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학교에 다녀와서 피곤한 몸으로 축 처져서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 뒤를 쫓아가서 오늘 공부 열심히 했는지, 학원 숙제는 미리 다 했는지 물어보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닙니다. 부모라면 최소한 지금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타이밍인지 한 번만이라도 꼭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두번째는 대화를 위한 아이와 부모의 마음상태를 파악하기 입니다.? 중요한 건 아이와 부모가 모두 안정되었을 때 대화가 가능합니다. 아이는 상태가 괜찮은데 부모의 마음이 불편할 때 대화를 시도하는 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부모는 안정되어 있는데 아이의 마음이 불편해 보인다면 부디 무작정 대화를 시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를 무시한 대화 시도는 관계만 더 나빠지게 할 뿐입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공감, 휴식과 치유입니다. 부모가 먼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하거나 편안한 음악을 틀어놓고 서로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녀와 대화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멈추기(부모의 불안과 욕심, 잔소리, 부탁, 충고처럼 아이가 원하지 않는 행동과 아이를 괴롭히는 일을 멈춘다)ㆍ 함께 웃기(고마운 일을 찾아 먼저 말하고 아이를 향한 마음을 수시로 표현하며 아이가 원하는 걸 먼저 들어주면 아이는 웃음을 찾는다)ㆍ믿어 주기, 인정하기, 감사하기(아이의 진심과 노력을 인정하면 아이의 회복탄력성이 좋아지고 믿음, 인정, 감사의 표현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ㆍ아이의 긍정적 의도 알아주기(부정적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아이의 긍정적 의도가 보이는데 잘하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을 믿으면 어떤 경우에도 아이를 지지할 수 있다)ㆍ인지적 재미 키워 주기(알던 지식에 새로운 정보가 더해져 지식이 확장되며 느끼는 ‘인지적 재미’는 아이의 관심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한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은경 수원시청소년재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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