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확진 소식에 좌불안석 검사 받는 자녀들과 담장 대화
부모들 “걱정말라” 아이 달래 내심 “혹시나” 얼굴 근심 가득
“어제까지만해도 학교에서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9일 오전 10시 30분께 재학생 B양(9)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온 인천 미추홀구 문학초등학교 앞. 6학년생 딸의 검체검사를 기다리던 A씨(44)가 연신 까치발을 들며 운동장에 서있는 아이를 찾는다. A씨는 “불과 어젯밤 문자에서 담임선생님이 안심하라고 했는데, 새벽부터 확진자가 나왔다는 얘길 듣고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아이도 불안해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이날 문학초 정문 앞과 담장은 걱정스런 눈으로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 100여명으로 승용차 1대가 지나기조차 어렵다. 아이와 함께 검사 현장으로 들어가려다가 학교 측이 제지하자 걱정스런 마음에 교문 앞을 떠나지 못한 것이다.
30도를 웃도는 찜통같은 더위에도 학부모들의 눈은 아이에게서 떠날 줄 모른다.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고, “괜찮다”는 말을 건네며 놀랐을 아이를 진정시킨다. 아이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곳곳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진다. 8시께부터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10시부터 검사를 시작했지만, 검사 대상이 380명에 달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 탓이다. 한참 아이를 바라보던 1학년생 학부모 C씨는 “물이라도 사서 넣어주고 싶은데, 가까이 갈 수 없으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숨쉬기 어려운 더위에 대기 중이던 한 아이가 마스크를 내리자 곧장 선생님이 제지한다. 새 마스크를 나눠주거나 친구와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떨어트려놓느라 교사들도 정신이 없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저학년 아이들은 부모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린다. 부모들은 아이를 안고, 바로 앞 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더위에 지치고, 검사에 놀랐을 아이를 위로한다.
같은 시간 B양의 언니 D양(13)이 다니는 남인천여중 사정도 다르지 않다. 남인천여중에서는 학생과 교직원 등 318명이 검체검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검체검사 지원을 나온 보건소 직원 3명이 통풍이 안되는 보호복을 장시간 입고 있어 탈진하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문학초와 남인천여중의 등교를 중지하고, 오는 19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다만, 쿠팡 부천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수업을 해오던 부평·계양구 학교는 예정대로 오는 11일부터 등교 수업을 하기로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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