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남북관계 파국… 잿더미 된 ‘평화의 상징’

4·27 판문점 선언 결실, 21개월 만에 역사속으로
靑 “강력히 대응”… 軍, 대북감시·대비태세 강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형체도 없이 폭파시켰다.

이로써 지난 2018년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의 결실로 탄생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1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6일 “14시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발은 지난 4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연락사무소 철거를 처음 언급한 지 12일 만이다. 특히 북한은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을 시사, 남북 관계가 당분간 극도의 긴장 상태로 접어들 전망이다.

북한이 이처럼 빠르게 남북 관계를 대결 구도로 만드는 데는 최고지도자를 비난한 대북전단의 살포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쌓여온 불만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북한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등 많은 합의를 이뤘지만, 실제 제대로 된 결과는 얻지 못했다. 더욱이 북은 문 대통령을 믿고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내걸었지만, 대북제재로 인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데다 남측이 한미공조를 우선하면서 지난 2년간 북한이 실제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다. 결국 북한은 더는 미련도 기대도 두지 않겠다는 결심 아래 판문점 선언과 남북 군사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연락사무소마저 폭파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파국적인 조치를 잇달아 이행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고 특히 미국 행정부에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우회적으로 자극하고 과시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청와대는 연락사무소 폭발과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16일 오후 2시49분께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남북 정상의 합의로 세워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모습(왼쪽)과 이날 우리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폭파 모습. 국방부 제공
16일 오후 2시49분께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남북 정상의 합의로 세워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모습(왼쪽)과 이날 우리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폭파 모습. 국방부 제공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역시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상황 조치 등 지휘에 나섰다. 현재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DMZ)와 북방한계선(NLL) 등 접적지역에서 돌발 군사 상황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최전방 부대 지휘관들도 정위치해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

한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열었다. 판문점에서 만난 두 정상이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개소 이후 산림협력, 체육, 보건의료협력, 통신 등 각종 분야의 남북 간 회담이나 실무 회의도 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남북 교류의 거점 역할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는 남북 소장 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또 코로나19가 발생함에 따라 지난 1월30일부터는 남측 인력이 철수, 대면 운영이 중단됐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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