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욕구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진 본능적 욕구다.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큰 소리로 운다. 울음소리는 매우 높은 톤의 목소리로 자극적이며 최대한 멀리 퍼지는 소리의 특성을 가진다. 내재된 유전자가 작동해서 본능적으로 우는 것이다. 이를 계속 들으면 매우 자극이 되므로 울음소리는 엄마의 반응을 유도한다. 이때 엄마는 모성애적 반응으로 아기를 돌보고 아기는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울음으로 엄마를 부른다.
이후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언어를 배우면 더는 울음으로 주변을 움직일 필요가 적어진다. 언어는 발달하고 신체도 성장한다. 뇌가 성장하면서 판단력도 향상하고 인간은 이런 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필연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인간은 자신만의 욕구에 집중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안다. 인간이 가진 이기심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충돌된다. 자기만 위해서 행동하면 주변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의 본능 상 지극히 짜증나는 일이지만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가 올 수 있으므로 자신의 욕심을 양보하는 것을 배운다. 이런 과정은 인간에게는 큰 시련이며 정신발달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성장과정이다.
이 과정의 결과 인간은 두 가지 그룹으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타인을 이용하는 그룹이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든 이익이 되든 자기의 이익이 더 우선이다. 웰빙(well-being)이라는 이유로 이기적 인생을 살게 된다.
다른 단계는 타인에게 양보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통해 자기 이익을 실현하는 그룹이다.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희생할 때 결국 자신에게 이익이 온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사회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 재산수준, 직업을 떠나 이런 사람들이 대개 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다. 인간은 의식주에 대한 생존욕구 외에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자존감에 있어 중요한 요인임으로 이런 사람들은 자존감이 건강하고 높다.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의 행복감을 유지하기에 나이가 들면서도 이런 사람들은 행복감이 높다.
인간이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느껴지고 받아들여지게 된다. 유명한 심리학자 에릭슨도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인간의 정신발달은 끊임없이 이루어지며 중년-노년기에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이후 인생을 예측하게 된다. 죽음은 두려움을 낳고 의미 있는 인생,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인생을 원하게 한다. 죽음이 자신에게도 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인간은 진정한 웰다잉(well-dying)을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이(심장마비로 죽음을 겪었다가 의학적 개입으로 다시 살아난 사람들)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기억들이 자신들을 미치도록 힘들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생존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삶, 돌보는 삶, 양보하는 삶으로 인생관이 바뀌었다. 이런 삶을 사는 것은 이기적인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건강한 이기주의로 자신을 돌보고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이다. 진정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과 타인을 함께 사랑해야 한다. 자신의 재능을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늘 함께 지속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 진정한 웰다잉의 철학이 적용될 때 이 사회는 더 발전할 것이고 성숙한 사회로 진화할 것이다. 그런 사회에 사는 국민의 행복지수는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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