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커뮤니티] 고객 갑질에 우는 택배 기사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경기일보DB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경기일보DB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약자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일컫는 이른바 '갑질'이 택배기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갑질 당하는 택배기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한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택배기사의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글쓴이는 "택배 기사가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으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서비스업에 가깝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루 800개 이상의 물건을 배달하는 바쁜 상황에서 택배 기사들 돈 많이 벌고 좋겠다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택배를 주문한 고객들 중에는 '내 물건 언제오냐?' '몇 시까지 배달해달라' 등 개인적인 사정에 맞춰 배송을 요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글쓴이도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 하지만 도움 드릴 수 없는 분들이 있다"며 황당했던 고객 갑질 사례들을 언급했다.

일부 고객들은 물건을 받았음에도 "받지 않았다"며 보상을 요구했고, 앞뒤 따지지 않고 무조건 "물건을 분실했다"며 욕설과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글쓴이의 남편이 최근 경험한 일도 이러한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용인 지역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남편은 물건을 받기로 한 업체가 주말에 운영하지 않는 것을 알고 물건 분실을 우려해 월요일에 배송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무전기만 받지 못했다고 했고, 남편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물건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였다.

문제는 무전기 회사 측의 반응이었다. 무전기 회사는 남편에게 반말은 기본, 심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찾아내라, 안 찾아내면 내가 너 죽이러 간다"는 협박도 일삼았다. 이같은 폭언은 남편 뿐 아니라 (택배)사업소 여직원에도 이어졌다.

결국 CCTV 확인 결과, 무전기는 아무 문제 없이 배달이 완료됐었고 당초 소속 직원이 택배를 받아 창고에 넣었다가 깜빡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건을 받은 업체는 "(무전기) 찾았다"고만 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고, 남편이 사과를 요구하자 그제서야 "네, 그럼 죄송했습니다"라는 말만 남긴채 전화를 끊었다.

글쓴이는 "무전기 업체 사장님께서는 발 편히 쭉 뻗고 주무실 수 있을 거다. 하고 싶은 욕도 다 하시고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하시고 물건도 찾으셨으니까"라며 "그런데 저희 남편은 어제 술 마시고 그런 말을 하더라. '경비원이 자살해서야 이슈가 되고, 갑질한 입주민도 처벌받듯, 내가 죽어야 택배기사들이 받는 갑질도 이슈되고 그 사람도 처벌받을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남편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다. 더운 날 배달하다가 어디서 쓰러지는 건 아닌지, 정말 어디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속상한 마음에 글 올린다"며 "더운 날 고생하는 택배기사들 만나면 따뜻한 말 한 마디만 건네달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글쓴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소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갑질 처벌을 강화하고 택배기사들의 보호와 처우를 개선해달라며 청원글을 올렸다. 현재 해당 청원은 약 480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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