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지구는 지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주 작은 틈새로 그 점들이 드러났다

그 점들은 서로 밀어내기도 끈끈히 이어지며 걸어왔다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프고 무겁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죽은 한 사람의 무게는

저울의 눈금은 어디를 가리킬까

모두들 서로 떨어지라 명령한다

지금 아무도 없는 광장에서 소리죽여 서 있다

뿔이 꽃모양으로 둥글둥글 굴러 떠다니는 얼굴

코로나19 바이러스 얼굴을 무심히 본다

완성차 주차장은 수출길 막혀 텅텅 비었다

‘대면강의’하는 대학 강의실은 사회적 거리로 앉았다

불타는 철쭉이 불러도 다가갈 수 없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원주민은 ‘마스크’ 쓰고 카약을 젓는다

프로야구는 투명볼 안에서 포수와 비접촉 시구로 열린다

감염병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에 ‘Thanks You’를 보낸다

작은 점이 핵폭탄으로 퍼지는 것 이제야 안다

지구는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한다

생명체의 한 점에서 따뜻한 어머니 마음을 그리고 있다

 

이솔(본명 이성자)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수사직으로 짜기> <신갈氏의 외투> <수묵화 속 새는 날아오르네> 등 7권. 푸른 시학상 청마문학상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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