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이동식 도축장…땅 빌려주고도 한푼도 못 받은 성남시

모란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동식 도축장 모습. 비닐하우스 뼈대처럼 보이는 철골구조물이 위탁 운영자인 한국축산혁신협동조합이 설치하려던 임시구조물이다. 이정민기자
모란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동식 도축장 모습. 비닐하우스 뼈대처럼 보이는 철골구조물이 위탁 운영자인 한국축산혁신협동조합이 설치하려던 임시구조물이다. 이정민기자

성남시가 모란시장 인근 시유지를 이동식 도축장을 운영하는 단체에 무상 임대해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도축장은 이동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위탁 운영자 측이 상주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시는 언제 이동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시유지에 대해 정식 임대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6일 성남시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2018년 4월 5억원을 투입, 모란시장 인근 시유지(중원구 성남동 1796)에 하루 염소 40마리, 닭 300마리 도축이 가능한 트레일러 형태의 이동식 도축장을 제작해 운영하게 했다.

이는 도내 도축장이 20곳밖에 없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데다 모란시장 내 불법 도축으로 미관ㆍ위생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남시가 시유지 200㎡를 한국축산혁신협동조합(이하 조합) 측에 무상 임대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은 농가로부터 염소와 닭 한 마리당 2만원과 1천원을 각각 받고 도축하고 있다. 하루평균 염소 20여마리 이내, 닭 200여마리 이내가 도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달 최대 1천800여만원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시가 정식 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약 2년3개월간 임대료는 단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시는 임대 부지면적이 200㎡라고 했으나 뒤편 펜스로 둘러싸인 주차장을 포함하면 조합이 사용하는 면적은 60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동식 도축장은 타 시ㆍ도에서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줄곧 모란시장 인근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합은 제멋대로 지난달부터 임시구조물 설치공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식인데도 내부에 철골구조 형태의 임시구조물을 설치했다.

특히 도축장 부지는 도로로 지정돼 구조물 공사시 도로점용허가 등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 같은 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축장 인근에 거주하는 성남동 주민 A씨는 “단 한번도 이동하지 않은 도축장은 사실상 고정식으로 편법 운영되는 게 아닌가”라며 “하루라도 시유지를 사용하게 했으면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조합은 과거 모란시장 내 도축업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지난 2017년 환경정비사업에 따라 도축업이 불가능해지자 소득보전 차원에서 무상임대를 결정했다”며 “마땅한 부지가 없어 접근성을 고려, 이곳에 도축장을 설치했다.

면적부지는 서류상으로 200㎡”라고 밝혔다. 임시구조물 공사에 대해선 “최근 공사를 못 하게 했다. 정당한 절차를 밟으라고 통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합측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모란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동식 도축장 모습. 비닐하우스 뼈대처럼 보이는 철골구조물이 위탁 운영자인 한국축산혁신협동조합이 설치하려던 임시구조물이다. 이정민기자
모란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동식 도축장 모습. 비닐하우스 뼈대처럼 보이는 철골구조물이 위탁 운영자인 한국축산혁신협동조합이 설치하려던 임시구조물이다. 이정민기자

성남=문민석ㆍ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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