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중위 값이 현 정부 들어 평균 3억원이 오르는 등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있으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질타는 어쩌면 당연하다. 이를 두고 야권은 공급보다 수요를 억제하고 시장에 맞서 시장을 억누르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주택 정책이 공급이 아니라 불로소득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야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부동산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시장주의에 기반한 공급위주의 정책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부채 폭증을 비켜갈 수 없었다. 다른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가구 수도 조만간 감소할 상황에서 공급 부족 논리는 건설업자들 배를 불리는 일일 뿐 허상일 수도 있다. 과거와 다른 원인분석과 대응방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부동산을 구매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한국감정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세대는 30대로 30.7%였다고 한다. 아무리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고 해도 월급이 제자리인 시점에서 서울에서 9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30대는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미래 세대에 불평등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둘째, 부동산 시장이 실물경제에 기반하고 있는가이다. 6월 한 달간 가계대출 규모가 8조원 이상 폭증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기업대출 증가율은 1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도 줄어들었다. 대기업대출은 감소세로 전환됐고 중소기업대출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상이 아니다.
셋째, 집값이 어떤 요인으로 하락했었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집 있는 빈곤층인 하우스푸어 문제가 제기되었던 시점은 2008년이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보다 미국의 금융위기라는 외생적 요인이 더 컸다. 외생적 충격요인이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 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가하게 지금과 같은 관료 주도의 기술적 부동산 정책으로는 비정상적인 투기 수요를 잡지 못한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과열 현상의 요인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배금주의(맘모니즘) 때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시장에 어슬렁거리는 배금주의의 유령은 경제 효율성을 저하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며, 민생구조를 파탄 내고 말 것이다. 한탕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불법 사행성 게임을 근절하듯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방안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시민의 인식 전환을 꾀하는 일이다.
오늘의 부동산 공화국을 만든 원죄는 집이 불법도박장과 같은 투기의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공공재로 보는 시각과 집은 주거가 목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너무 이상적이거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난 2008년 집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거처 목적’이라는 응답이 62.5%로 ‘소유 목적’이라는 응답 36.0%보다 26.5%p나 더 높았다. 우리 사회가 2008년도 이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어도 가능한 일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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