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국의 일본화 가능성과 중앙은행 역할

코로나19 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은 소비 감소 등을 통해 경제 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있는다. 그러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직후 폭락한 주가는 다시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러한 주가의 움직임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또한,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양적완화와 같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만든 과잉유동성은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국가 별로 상이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자산가격 안정보다는 물가안정의 달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경기 시에 종종 정부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고, 중앙은행을 압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FRB(미국의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했고, 일본의 아베 수상 역시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즉, 정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대하는 경향이 높지만, 중앙은행은 통상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것을 싫어한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중시하여,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지만,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인플레이션 억제)을 중시하여, 조기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내기를 바란다. 경제위기 시에 중앙은행의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같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은 물가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통화정책에 의해서 공급된 대규모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지만, 한편, 코로나19의 확산에 의한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중후반경부터 디플레이션을 수반하는 장기불황에 빠졌고, 이러한 상황은 2012년경까지 유지됐다.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2020년 초반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재차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연구자도 있지만, 미국, 유럽, 한국 등도 일본화(Japanification)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화의 위험성을 높게 본다면,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채택해야 하지만, 과잉유동성에 의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조기에 종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화의 위험성에 대응하여, 한국은행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지금 현재 상황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고,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높으므로,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 중앙은행은 결코 경기부양, 고용문제, 자산거품, 인플레이션(또는 디플레이션) 등을 혼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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