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도망쳐”…용인 물류센터 뒤덮은 불길 속 사투 벌인 생존자

“불이 났으니 도망가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뭔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습니다.”

21일 오전 8시29분께 용인 SLC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30대 남성 A씨는 사고 당시의 처참한 광경을 또렷이 기억했다. 사고가 나기 불과 9분 전인 오전 8시20분께 새벽 작업을 마치고 개인 차량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동료의 다급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불이 났으니 도망치라는 절규가 들리고 2~3초 뒤 엄청난 굉음이 그를 덮쳤다.

A씨는 “4~5회에 걸쳐 시설물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너무 시끄러워 비상경보 소리도 듣지 못했다”며 “차를 타고 나가려 했지만 라이트를 켜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포자기한 채 ‘이제 나는 죽었구나’하고 있었을 때 인명 수색에 나선 구조대원이 나타났다”며 “구조 당시 바닥에는 화산재처럼 빨간 재(먼지)가 가득했고 비상구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지하 4층에서 계속해서 경적을 울리며 위치를 알리려 했던 A씨는 화재 발생 40여분 만에 극적으로 소방대원에게 발견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사고 당시 다른 동료가 반대편 오뚜기 창고 쪽에서 폭발을 목격하고 사무실로 달려들어가 직원들에게 화재를 알리는 모습도 목격했다.

또 A씨는 화물차(냉동탑차)에서 발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소방당국의 발표에 의문을 던졌다. 그는 “디젤 차량이기 때문에 화물차가 폭발할 리는 없다”며 “냉동시설 또는 냉방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거나, 전기 지게차의 충전기가 폭발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고 현장의 천장부에는 냉방용 쿨링펜이 있었으며, 전기 지게차의 충전기는 가로 60㎝ㆍ세로 70㎝가량의 크기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로 사망한 근로자 5명에 대해 유족 동의 하에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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