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한 김씨 거주지 가보니... 평택까지 출퇴근 주민들도 뒤숭숭

월북 사전 계획 정황

김씨 거주 임대아파트. 양형찬 기자
김씨 거주 임대아파트. 양형찬 기자

27일 오후 4시께 김포시 A임대아파트. 이곳은 성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다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탈북민 김모씨(24)가 거처했던 곳이다.

집 안에 있던 가구 등 살림살이를 모두 알 수 없는 곳으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아파트 출입문. 양형찬 기자
김씨 아파트 출입문. 양형찬 기자

시점은 알수 없지만, 아파트 출입문 도어록은 누군가 강제 진입을 시도한 듯 뚜껑이 열린 채 구멍이 뚫려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집 내부는 불이 꺼진 채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고,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현관문에는 지난 24일 배달일자가 적인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발송인은 ‘법무부 장관’이었고, 집배원 재방문 일시는 27일로 적혀 있었다. 아파트 계량기에는 다른 세대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김씨가 사용한 가스·전기·난방·온수 사용량이 표시돼 있었다. 김씨의 아파트는 방 2개와 거실·주방 1개를 갖춘 소형 아파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B씨는 “담당 직원이 휴가를 가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관리비, 임대료 등 공과금 연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서진 도어록. 양형찬 기자
부서진 도어록. 양형찬 기자

이웃 주민 C씨(75)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었다”며 “그러나 2주 전쯤부터 이사하는지 짐을 옮기는 소리가 2~3일 요란하게 들렸고, 아이 둘을 데리고 온 40대 여자가 이틀간 머물고 갔다. 지금 생각하니 같은 탈북 여성 같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D씨는 “뉴스를 보고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남성이 이 아파트에 살았다는 걸 알았다”며 “이삿짐을 트럭을 이용, 한꺼번에 빼면 알겠지만, 하나씩 승용차 등을 이용해 빼면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 김씨는 직장이 평택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최근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다른 이웃 주민 E씨는 “엘리베이터에서 한번 만났는데 직장이 평택이라고 해서 평택까지 어떻게 다니냐고 물었더니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얼버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F씨(39)는 “지난 25일 한 여성이 여자 아이와 우리 집을 찾아와 옆집 사람이 자기 승용차를 빌려간 뒤 되돌려주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며 “이 여성은 전문가를 불러 드릴로 현관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 내부로 들어갔는데 짐을 다 뺀 상태로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탈북민 유튜버로 알려진 해당 여성은 김씨의 지인으로 전날 생방송을 통해 김씨와 나눈 휴대전화 문자에 관해 설명했다.

이 여성은 방송에서 “18일 새벽 2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김씨의) 문자가 떴다”며 “‘누나 같은 분을 잃고 싶지 않았는데 죄송하다. 살아서 어디에 있든 간에 꼭 갚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 괜찮아. 그럴 수 있다. 누나는 이해해 줄 게’라고 답장을 보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김씨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자주 빌려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17일 해당 승용차를 이용, 인천 강화도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지난 2017년 탈북한 김씨는 북한에서 학교를 나왔으며 한국에 정착한 뒤 직장에도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달 중순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한차례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은 뒤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이달 중순 김씨가 피해자를 협박했고, 월북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김씨가 최근 인천 강화도에서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우편물 안내장. 양형찬 기자
우편물 안내장. 양형찬 기자

김포=양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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