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소부장’ 기술독립, 국감에서 냉정하게 따져보자

일본은 지난해 7월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꺼내 들었다. 일본 반도체 업계가 수출하는 물량의 절반 정도는 한국이 구매하고 있어 일본 반도체 업계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한데 전면전을 걸어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커져만 가는 한국의 세(勢)를 꺾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까닭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기보다는 양국의 국운을 걸고 벌이는 무역 전면전일 가능성이 더 크다.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한일 간의 기술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1년 동안 강한 경제로 가기 위한 기술독립을 선언하고 소재ㆍ부품ㆍ장비(약칭 소부장) 산업에 대한 국산화에 온 힘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부장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와 낮은 기술 자립도, 자체 공급망 형성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반도체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38%에 불과하고 아직은 이 분야 절대 강자는 일본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수출규제를 단행한 상대의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더욱 조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부장은 중간재에 해당된다. ‘기술 속의 기술’로서 중소기업이 주축이 돼온 산업이며 제조업 경쟁력의 발판이 되는 핵심 기술이다.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은 48.1%를 담당한다.

부가가치는 무려 55.6%에 이르며 전체 수출액 중 54%를 차지한다. 한국 산업의 허리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산업이다. 일본 수출규제의 근본 배경을 한일 외교 갈등으로 이해하는 안일한 사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공급망(GVC)의 급속한 재편과정에서 시작된 한일 간 무역 전쟁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국정감사는 9월7일부터 20일간 예정돼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소부장 산업에 대한 기술독립 성과와 문제점을 냉정하게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의 가능성을 대비한 소부장 국산화 현황 점검은 물론이거니와 중소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 종(種) 다양성의 산업생태계 조성, 그리고 기술 성공의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산업의 재구성까지, 함께 따져봐야 할 것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