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와 정조대왕
은결
애달프게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서
어느 날 정조대왕, 캄캄한 뒤주 속을 헤매는데
송충이가 사각사각, 솔잎을 먹는구나
아버지 산소의 솔잎을 먹다니
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 마라
정조대왕 호통에
송충이 알아듣고 자취를 감추었다
정조대왕, 이제 볼 수 없지만
그 깊은 효심, 솔잎처럼 푸르게
변함이 없어라
정조대왕은 효성이 지극한 임금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뒤주에 갇혀 짧은 생을 마감한 부친 사도세자를 애달피 여겨 100리 길을 마다않고 산소 찾기를 즐겨 행했던 효자였다. 이 동시는 그분의 효심을 노래한다. ‘아버지 산소의 솔잎을 먹다니/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 마라/정조대왕 호통에/송충이 알아듣고 자취를 감추었다’. 소나무를 갉아먹는 송충이를 향해 호통을 치는 정조 임금과 이를 알아듣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송충이. 이쯤 되면 미물인 송충이까지 정조대왕의 효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하게 해준다. 효심은 인간이 지닌 아름다운 정신 가운데 하나다. 나를 낳고 길러준 부모님을 지성으로 모시는 것은 자식 된 도리로 마땅한 일이로되 실행에는 적잖은 노력이 수반된다. 그런 뜻에서 본다면 부친을 뵈러 100리 길을 마다않고 찾았던 정조 임금의 효심은 본받을 만하다. 수원은 효원의 도시이자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서 수원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일 년 열두 달 내내 그치지 않는다. ‘정조대왕 이제 볼 수 없지만/그 깊은 효심, 솔잎처럼 푸르게/변함이 없어라’. 시인의 마지막 연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간곡한 당부라는 생각이 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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