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때마다 인근 산책로와 초등학교까지 물이 넘쳐요. 공사 이후로 배수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수원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는 A씨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새벽 5시께 출근길에 오른다. 약 2개월 전부터 복지관 뒤 공터에서 원인 모를 물 고임 현상이 일어나면서 본인이라도 땅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만1천823㎡ 규모의 허허벌판 옆에는 복지관 외에도 호매실고등학교와 수원금호초등학교가 자리한다. 또 물향기공원으로 연결되는 산책로 아래로 풋살장ㆍ배드민턴장이 있고 호매실지하차도, 수원시보훈회관이 가까이 위치해 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집중호우처럼 많은 비가 한 번에 내리면 이 일대는 모두 물바다가 되기 십상이다. A씨는 “공터에서 배수 처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게 원인”이라며 “하루 2회 순찰에 나서 곳곳의 잡초를 뽑거나 흙을 걷어내는 등 작업을 해야 한다. 복지관 업무는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물이 빠져나가게 해야 인근 피해가 덜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지관이 임시로 30㎝ 모레 둑을 만들었는데 그마저 무너져 속수무책인 상태”라고 토로했다.
복지관과 붙어 있는 수원시장애인복지센터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다. 센터 측에서는 배수 처리가 안 되는 이유가 ‘잘못된 공사 탓’이라고 주장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하고 있던 해당 부지에서 최근 모델하우스 철거 공사가 이뤄졌는데 그때가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센터 직원 B씨는 “지난 5월 LH가 철거 공사를, 6월 수원시가 배수로 공사를 각각 진행했다”며 “그 이후로 공터에서 빗물이 갑자기 안 내려가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의 통행이 잦은 곳인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년째 공터로 방치되고 있는 수원 호매실택지개발지구 내 4만1천823㎡ 땅(경기일보 2019년 4월23일자 7면)이 최근 갑작스런 물난리를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잘못된 공사 때문이라며 LH와 수원시를 각각 주체로 지목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현재까진 수렁에 빠진 상태다.
13일 LH에 따르면 LH는 2015년 호매실택지개발사업 2단계 준공을 하며 의료시설용지로 지정된 호매실동 1386번지에 부지 조성을 마쳤다. 당초 이 부지는 서수원종합병원을 유치하는 게 목적이었으나 병원 투자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방치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종합병원이 고색동 894-27번지에 세워지기로 결정되면서 기존 부지는 휑한 상태 그대로 남게 됐다. LH는 해당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2016년부터 꾸준히 공고를 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던 상황이었다. 이에 고등지구 A-1블록 등의 모델하우스를 세워 운영하다 분양 종료 등 이유로 지난 5월 말 모델하우스를 철거하게 됐다.
이 무렵 수원시는 호매실동 일대에서 배수로 공사를 시행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5월 말~6월 초) 호매실동 1386번지에선 물 고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 2개월째 뚜렷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5~7월 호매실동에서 배수로 정비공사를 진행했지만 이는 분리식 배수로를 합류식으로 바꾼 것이며 해당 장소와도 거리가 멀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철거 공사를 한 건 사실이나 배수로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거나 관련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다”며 “상황을 파악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