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강타한 폭우와 54일이라는 역대 최장의 장마가 지나갔다. 사상 최고의 집중호우는 40여명이 넘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북한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한다. 약 390㎢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주택만 6천여세대, 공공건물 630여동이 파괴되거나 침수됐다. 도로와 다리, 철길이 끊어지고 댐이 붕괴하는 등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심각한 국가적 재난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외부 지원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수해복구와 주민생활 안정방안을 논의했다고 하나 정작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금 대북제재, 코로나19, 홍수피해, 식량난 등 4~5중고가 겹쳐있어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하다.
북한은 굶주리는 인민보다는 김가왕조 유지가 중요하기에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차단하고 ‘수령경제’라는 기형적인 경제노선을 운영한다. 정권을 유지하는 핵심기관인 당과 군에 별도의 경제조직을 구축해 독립적인 생산 활동에서부터 금융과 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한다. 수령경제의 주요 행위자들은 당ㆍ군ㆍ정의 파워엘리트다. 이들이 국가자원을 독점하고 운영하면서 독재자에게 통치자금을 상납하면 독재자는 통치자금으로 파워엘리트의 충성을 매수해 정권을 유지시키는 구조다.
북한은 수령경제의 작동을 위해서 인민들의 재부를 강제로 도둑질하는 ‘도둑정치(Kleptocracy)’를 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도 김정은 후계 체제를 가속화 하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 장롱에 숨겨 둔 인민들의 달러를 도둑질해갔다. 김가왕조가 ‘수령경제와 도둑정치’에 치중하다보니 국가의 공식계획경제인 ‘인민경제’는 1990년대 이후 심각한 파행을 이어오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인민들은 생존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장마당을 형성해 연명하고 있다.
광복절이 있는 8월 마지막주 아침에 굶주리는 북녘 동포를 떠올린다. 핵개발에 들어가는 돈만 나눠줘도 그들이 굶주리지 않을텐데…. 북한 김가세습왕조는 다같이 잘살게 해준다고 하면서 실상은 ‘수령경제와 도둑정치’로 백성들의 삶을 빼앗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더욱 시급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