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치욕사(恥辱辭)

부끄러워 못살겠다

중국을 건너다보는 임제시인의 물곡사비勿哭辭碑가 눈물을 흘리고

북쪽 바람이 스치니 이승복 어린이가 슬피 운다

짐승은 먹이에 입을 대고 먹고

사람은 먹이를 가져다가 먹는다는데

선량한 자유민주주의자들이 피와 땀을 흘려 이룬 살림을

입으로 물어뜯어 허물고는

평화를 위한다고 새빨간 공산당 말을 웃으며 하는

추악한 궤변자들이 설치는 나라

역사와 아이들에게 욕되고 부끄러워 못살겠다

우리 어릴 적 부터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애국가를 부르며 흥감의 눈물을 흘렸는데

동서양에 태극기를 꽂고 자랑스런

가슴과 어깨를 펼치던 눈빛이 초롱초롱한 백성들은 다 어딜 갔느냐

그 당당한 대한민국 백성들의 옷가질 찢고

여기저기 닁큼닁큼 넙적대는 짐승같은 사람들과 부끄러워 못살겠다

 

 

정순영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34대 부이사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수상. 시집 <사랑> 외 7권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