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수상은 일본의 헌정 사상 최장기 재임 수상이다. 지난 2019년 11월20일에는 아베 1차 내각과 합산한 아베 수상의 재임기간이 헌정사상 최장기가 됐고 2020년 8월24일에는 아베수상은 연속재임일수 기준 최장기 재임 수상이 됐다. 아베 수상은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엔저와 디플레이션 탈출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고용안정을 달성했지만 한편으로는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등 보수적 색채를 숨기지 않았다. 아베 수상의 사임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일본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은 의원내각제 국가이므로 수상은 국회(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선출되며 되며 일반적으로는 여당의 총재(대표, 당수)가 수상으로 지명된다. 지난 14일 스가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고 16일에는 중의원과 참의원의 수상지명선거를 통해 스가 자민당 총재가 아베 수상을 대신해 수상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아베 수상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미일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노선은 유지될 것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스가 자민당 총재는 기존의 아베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기시다(岸田) 정조회장과 이시바(石破) 전 간사장의 경우, 다소 유연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향후 누가 일본의 수상이 되어도 강제징용문제 등에 대해서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일 간의 경제적 격차가 축소되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해지고 있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경제정책에 관해 아베노믹스의 전진을 표명하면서도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한편 기시다 씨는 소득격차의 문제를, 이시바 씨는 지역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가 자민당 총재는 환율, 주가, 고용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베 수상의 사임으로, 대규모 양적 완화를 비롯한 통화정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시장에서 판단하면, 엔고(달러 대비 엔화가치의 상승)가 진행되고, 주가 하락,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스가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내년 9월 말이다. 또한 중의원 임기는 최대 2021년 10월21일이므로 반드시 그 이전에는 중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 빠르면 올해 안에 중의원 선거가 있을 수도 있다. 스가 내각의 향방은 고용, 주가 등 경제적 성과와 국민적 지지에 달렸지만 향후 일본의 외교정책이나 경제정책상의 불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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