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경 수사권 개혁’ 줄다리기 안타까운 결과물

지난 2018년 6월21일 법무부·행안부 장관은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은 2020년 1월13일 국회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보장’과 ‘검·경간 상호협력관계’를 명시한 ‘형사소송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8ㆍ15 광복 이후 장장 75년 동안 꿈적 않던 자물쇠가 이제 정말 풀리는가보다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안’을 단독으로 만들어 지난 8월7일 전격 발표했다. 이는 ‘양자간 협의’라고 하는 대원칙과 법제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수사권조정의 파트너였던 경찰은 물론 정부정책에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에게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연상시키는 코미디극처럼 비춰졌다.

법무부가 내놓은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안’을 보면 당초 법무부·행안부 장관의 합의에 따라 제정된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들이 다수 발견된다. 검찰개혁의 취지인 검·경간 상호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역행하는 결과물이다.

일례로 대통령령안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초월해 ‘마약범죄’, ‘사이버범죄’까지도 직접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발로 뛰는 현장 마약사건까지 검사가 수사하는 것은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경찰의 전문영역인 사이버범죄 역시 경찰청 산하 25개의 전문수사팀(2천33명)이 연간 4천여건의 국제공조 수사를 미국, 영국, 독일 등과 유기적으로 수행하는 시점에서 검사가 개입할 경우 사건관할의 불명확성으로 초동수사 및 국제공조에 혼란이 발생하고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도 우려된다.

일국의 문화척도를 가늠하는 기준은 바로 그 나라의 경찰수준이며 경찰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일제 강점기의 비운으로 인해 수사권독립이 유보되었던 ‘역사적으로 잘못 끼워진 단추’가 75년 만에 제대로 맞춰지려는 지금, 검사는 검사의 본연에 충실하고 경찰은 경찰다운 일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국민들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봐야 할 것이다.

함혜현 부경대학교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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